나는 뭐 결단코 이 세상의 평화를 위해 산다거나 작은 인류를 위해 희생하면서 사는 그런 타입의 인간은 아니다.
그런데도 요사이 뭔가 결정하는 일들이 내 맘대로 하기보다는 주변 사람들의 의견을 따라가는 경우가 왕왕 생긴다.
금요일 밤에는 런던에 나가서 회의를 하나 하고 그 뒷풀이로 첨보는 여자애들과 즐겁게 맥주나 한 잔 하면서 토크를 나눌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다 때려치고 집으로 왔다.
그리고 세일해서 구입해둔 산 미구엘 맥주를 홀짝거리면서 짐을 꾸렸다.
그러면서 작은 소리로 '리버풀 리버풀' 하면서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 때 전화가 한 통 왔고 한 10분간의 통화 끝에 '요크 요크' 하면서 짐을싸고 있었다.
그래서 주말동안 요크와 그 일대에 있는 무어를 '죽여요 주인님' 하는 차를 끌고 돌아다녔다.
묵었던 비앤비도 넘 멋졌고 상당히 짜릿한 경험도 (생사가 이렇게 가깝다니) 할 수 있었고 음식도 맛있었고 사진도 신나게 찍을 수 있었다.
하지만 거기는 리버풀이 아니었다.
"이런 시기에 리버풀에 가는.... 그런 미친짓은... "
"요사이 요크에서..."
등등의 말을 하는 사람을 실망시키기 싫었다
혹은 전체적인 분위기를 흘러가게 하기 위해서 였다는 식의 설명은 가능하다.
집에와서 뒷풀이를 하는데
"이게 뭐냐?"
"이번에 더운 곳으로 뜨려구요"
"너는 화씨-섭씨 계산도 못하냐? 얼어죽고푸냐?"
그 이후 산 미구엘의 도움도 못받고 스키장에 가야한다는 식의 설교를 들었다. (난 스키를 싫어한다 -_-;;)
세계 평화를 위해서 내 의도를 꺾는 일이라면 뭐 작은 훈장정도로 참을 수 있겠지만 왠지 요사이 자꾸 즐거운 분위기의 연속을 위해 남의 맘대로 산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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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게시물 정보)
- 글쓴 시기 : 2002년
- 글쓴 장소 : 영국 써리 에그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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