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형의 아이덴티티




방금전에 점심사러 매점엘 다녀오는데 중국여자애를 한 명 만났다. 

아마도 올 해 신입생이거나 어학연수 오는 애 같았다. 

(이건 내가 작업선수가 아니라 - 당연하지 않는가 - 아직 영국물이 덜 들어간 그 걸음걸이나 옷차림이나 표정을 보면 쉽사리 알 수 있는 것이다)  


한 손엔 빵을 한 손엔 밀크티를 들고 터덜거리면서 내려오는 나를 바라보고는 그 녀는 내게 사악- 미소를 지었고, 물론 이 대목에서 나도 미소를 지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젊은 처자가 자기에게 사악 미소를 짓는데 당연한 리액션이지 않는가.  


살살 다가와서는 열라 중/국/말/로 내게 뭔가를 물어봤다.  


'아, 이런 또' 


이런 생각이 들었다. 

뭐뭐 그 다음은 당연히 "아이 칸트 스픽 차이니즈. 메이 아이 헬프 유? 웰...." 식의 말이 이어졌고....  


나는 왠지 예전부터 중국인으로 오인을 받고 산다. 

둥그런 얼굴이라든지 짧은 목이라든지 나온 배라든지 이런 이유에서라고 지금은 저주를 받아서 중국에서 빌빌거리고 있는 k양이 말했지만서도  

물론 그런 요소도 있겠지만 -_-;;; 뭔가 다른 '중국적'인 냄새가 있다는 생각을 한다. 

뭐 개인적으로는 중국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기 보다는 싫어하는 편이지만서도...  

적어도 외형의 아이덴티티 만큼은 중국적이란 얘기인 것 같다. 


그래서 그리 싫어해도 중국녀석들이 술마시자고 형님형님 하면서 같이 노는지도 모르겠다. 

싫어하는 종족의 외형적 아이덴티티를 가진 슬픔..... 이랄 것도 없이 사소한 것이지마는  사람을 외형으로 판단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함 해본다. 

뭐 불가능한 일이지만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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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게시물 정보)

- 글쓴 시기 : 2003년

- 글쓴 장소 : 영국 써리 에그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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