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그러니까 마지막 금요일인 것이다.
다음 주 목요일에 날아가니까 이제부터 그러니까 마지막 금요일부터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구태여 '마지막'이라는 말을 쓰지 않아도 다 마지막이 되는 것이다.
아침 9시 5분에 로버트 방에 들어가서
"이게 내가 생각하는 최종본이어요"
하고 논문을 던져놓고 이메일과 링크사이트들을 방문하고나서 9시 30분에 크리스방에서 가서
"이게 내가 생각하는 최종본이어요"
하고 논문을 던져놓고 다시 방으로 오면서 커피를 탔다.
다이어그램 하나를 손보고 있자 10시30분에 언제나 늘 그런 금요일 처럼 사이먼이 "뭐 먹을꺼야?" 하면서 메뉴를 들이민다.
주문을 하고 다시 이거저거 손보니까 12시30분이었다.
오늘은 교수 세 명과 대학원생 세 명으로 이루어진 '금요일 식사모임' 인원이 늘 가는 Rose and Olive Tree라는 펍에갔다.
늘 그렇듯이 로버트가 사는 음료를 주문했다.
"그려 현준은 뭐 마실거야?"
"Abbot Ale 한 파인트요"
"오오, 이제 논문 다 썼다 이거지"
"아쭈, 오후에 나랑 토크 있는데 자신이 있단 말이지"
"그래 막판인데 두 잔 사주마"
등등의 영국식 조크가 마지막 점심이기 때문에 이어지고 예약된 좌석에 앉아서 각자가 시킨 음식을 먹었다.
음식도 늘 먹던것들 버거라든가 더블데커라든가 파이라든가 화이트베이트라든가 그런 것이었다.
그리고 대화대화 다시 머엉한 기분으로 자리에 앉았다.
이제 남은 것은 마지막 바베큐 한 건, 마지막 술자리 한 번, 마지막 주일, 마지막 전화 top up...... 마지막 금요일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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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게시물 정보)
- 글쓴 시기 : 2003년
- 글쓴 장소 : 영국 써리 에그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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