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필름들을 바라보다가 결국에는 한국에서 인화하기로 결정을 했다.
그렇다면.... 이렇게 생각한 것은 아니지만 여기다가 여행기라도 올리지 않는다면 나중에 로모그래피들을 보면서 어라? 엥? 등등을 경험할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암튼 핑계는 이렇게 대고나서....
(여행개요)
- 일자 : 2003.8.15-18
- 장소 : 스코틀랜드
- 참석자 : 나, j형, j씨, j양, g군 (제귈 j가 외이리 많은거야)
- 이동 : j형 자동차 (VW Polo)
(떠나기 전 삼일전)
나 : 형 뭐해여?
형 : 묻지마라. 너도 마지막 학기라서 잘 알거 아냐
나 : 교수가 막판에 배신했어
형 : 교수라는 존재는 원래 그런거야
나 : 어디 안갈래요?
형 : 너의 마지막 여행이 되는거냐
나 : 그렇죠
그래서 죽기전에 꼭 Isle of Skye를 가보고 싶다고 말했고 스코틀랜드로 결정이 되었고 밤중에 전화를 돌려서 총 5명을 모았고 공부 때려치고 유스호스텔을 예약했다.
(첫날)
j씨의 알바가 2시에 끝나고 우리집에 모여서 (왜???) 마지막으로 짐을 꾸리고 (쌀, 밥통, 김치....) 차에 몸을 실었다.
두 시간 반을 달리자 버밍햄에 도착해서 외곽순환을 도는데 줸장 금요일 오후여서 엄청나게 막힌다.
한국생각이 문득 났다. 버밍햄 빠져나오는데 한시간반이나 걸려버렸다.
j형이 다리가 후달린다고 해서 (늙은이...) 휴계소에서 햄버거로 저녁을 먹었다.
이번에는 내가 차를 밟고 밟아서 로우랜드로 접어들었다.
아아 풍경이 바뀌고 있었다. 산이 드디어 산이 생기기 시작했다.
첫번째 유스호스텔은 글라스고 근처에 World Heritage site로 지정된 New Lanark이라는 마을에 있었다.
19세기 산업혁명때 만들어진 이도시는 방적으로 유명하고 영국 노동조합사에 중요한 인물인..... 뭐 이런 곳이었다. 엄청나게 조용하고 멋진 곳이었다.
방을 배정받고 나자 여자들이 이상한 눈초리로 우릴 쳐다봤다.
그래서 우린 옷을 벗고..... 가 아니라 (유스호스텔이다 -_-;;;)
결국 이 밤중에 마실거 (술)를 사오란 얘기였다.
생전 처음 오는 마을에서 그것도 시골에서 이 밤중에.... 게다가 술을 파는 시간한계인 11시도 가까와 오고 있었지마는 나와 형은 차를 다시 몰고 읍내로 차를 몰았다.
다행이도 24시간 하는 테스코가 있어서 (이런 시골에도 오오) 11시를 약 7분 남겨두고 테스코로 뛰어들어가서 맥주를 한 상자 들고 계산대로 갔다.
그/런/데/
스코트랜드는 잉글랜드와 다르게 10시까지만 술을 판다는 것이다.
엄청 실망한 표정을 보여주자 계산대에 아줌마는 "저기... 펍에가면 아마도..." 하는 의미심장한 말을 전한다.
다시 차를 몰고 (펍도 11시에 닫는다) 펍에 미친듯이 도착하자 이미 11시 10분이다. 게다가 펍에서 술을 사서 집에서 먹는것은 법으로 금해져있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는 잉글랜드가 아닌 스코트랜드였던 것이다.
주인아저씨가 슬쩍 웃더니 맥주를 8병 팔았다.
오오.... 슬슬 감동이.....
그렇게 어렵게 구해온 맥주를 홀짝이고 잠을 청했다.
(둘째날)
숙소에서 나와 돼지불고기로 아침을 먹고 (아아- 쪽팔려. 외국애들이 다 쳐다봤다. j양.... 다시는 이러지 말자) 주변을 한 시간쯤 돌아다녔다.
다시 차를 몰고 하이랜드로 올라가자 주변이 사아악 하고 멋지게 변하는 것이다.
아아 자연환경이 이리도 멋있단 말인가.... (나중에 로모로 확인하세요)
감동을 먹으면서 계속 운전을 해서 네시호로 갔다. 네시호는 엄청나게 넓은 호수로 정작 볼 것은 없었다.
네시호에서 약간 실망을 하고 다시 미친듯이 차를 몰아서 드디어 꿈에 그리던 Isle of Skye에 도착했다.
물론 다리 건너는데 낸 톨비 5.60파운드는 충격이었지만 정말 Isle of Skye는 이 모든 것을 극복하고 남음이 있었다.
이 번에 숙소는 작은 포구에 있는 유스호스텔인데 도착하자 한국애들이 몇명 있었다.
한국사람들은 꼭 입을 열지 않아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다.
남자애들은 반바지에 컬러가 있는 반팔을 입고 젤을 바르고 있으며 담배를 피고, 여자애들은 예의 그 무뚝뚝한 얼굴에 꼭 작은 백을 어깨를 가로질러 매고 어디든지 다닌다.
그리고 꼭 유스호스텔 인터넷하는 컴퓨터에 매달려 있다.
암튼 얘들은 걍 무시하고 (여자애들 얼굴이...^^;;;) 준비해온 갈비를 (j형이 비장에 무기로 감춰뒀던걸 풀었다) 오븐에 구워서 저녁을 먹었다.
다시 맥주를 홀짝거리다가 잠이들었다.
(세째날)
왠일인지 아침에 일찍 깨졌다.
로모를 들고 해변에 나가서 사진을 찍고 돌아왔다.
아침으로 햇반특수형을 먹고 (햇반과 국이 같이들어있다) 유스호스텔을 나와 Isle of Skye 일주에 나섰다.
Isle of Skye 는 아직 내 문장력으로 쓸 수가 없다. 너무 아름답고 웅장하고 사랑스럽고.... 멋졌다. 필름이 모자랄뻔 했다.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떠나기 싫은 마음을 매섭게 몰아치면서 다시 로우랜드로 내려와서 Loch Lomond (로몬드 호수) 근처에 있는 유스호스텔로 향했다.
지금까지 좋았던 날씨가 내 맘을 반영하듯이 비가 주루룩 내렸다.
그/러/나/
이 번에 묵는 호스텔은 이전에 2개와는 다른 바로 성을 개조한 호스텔이었다.
어엇- 드디어 그동안 보기만 했던 성에서 하루밤을 잘 수 있게 된 것이었다. 비록 가격이 좀 비쌌지만.... 성에서 하룻밤인 것이다.
다시 김치찌개로 저녁을 먹고 맥주를 마시고 있는데 한국가족 한 팀을 만났다.
어찌 한국사람인지 알았냐면....
늘 그렇듯이 죽상을 하고 있는 아저씨와 (난 그리 되지 말아야지),
인터넷에 붙어있는 버릇없는 애들과 (미래가 걱정된다),
엄마 혼자 열라 저녁준비를 하고 있었다.
뭐 짜증났지만 피곤하니까 일찍 올라가서 잤다.
성에서 하루밤이 어땠냐면.... 결국 모기한테 네군데나 물렸다 -_-;;;
(네째날)
아침에 일어나서 카레로 아침을 먹었다.
아침식사로 카레를 먹는 것은 그리 좋지 못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_-;;
차를 몰아서 글라스고를 지나 에딘버러로 갔다.
에딘버러는 지금 에딘버러 페스티발이 열리고 있다.
8월내내 열리는 페스티벌은 전세계에서 천몇백팀이 와서 다채로운 공연을 보여준다. 우리나라도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난타팀이 와서 인기를 끌었다.
암튼 차를 세우고 거리로 나가자 정말 다채로운 공연이 펼쳐졌다.
공연은 순수 길거리 공연과 (별로 유명하지 않은 팀들 - 그러나 수준은 높다)
유명한 팀들의 맛보기 공연 (정말 감동이다 - 맘에들면 공연장에가서 풀버젼을 보면 된다)으로 이루어졌다.
시에서 여기저기 거리무대를 만들고 청소를 해주고 그러고 있었다. 부러웠다.
이런 규모의 문화행사를 이루어내다니....
뭐 가장 감동한 것은 스타벅스에서 아이스모카를 비롯한 음료수를 계속 무료로 나눠주고 있었다는 것....
점심을 먹고 차에 올라서 7시간30분을 평균 110마일로 달려서 집에 도착했다.
뭐 이번이 아마도 영국에서의 마지막 여행일듯 싶다.
그래도 스코트랜드가 가슴속에서 그리고 로모그래피로 남아있게되서 다행이다. 뭐 그렇게 위로하면서 지금 논문을 써대고 있다.
죽기전에 Isle of Skye는 꼭 다시 오리라 생각한다.
-------------------------
(원본 게시물 정보)
- 글쓴 시기 : 2003년
- 글쓴 장소 : 영국 써리 에그햄
외형의 아이덴티티 (0) | 2018.03.03 |
---|---|
88년에 한 첫 소개팅 (0) | 2018.03.03 |
스코트랜드적인 황당한 광고 (0) | 2018.03.03 |
로모를 찍어대는 이유 (0) | 2018.03.03 |
일본여자 사귀어도 되요? (0) | 2018.03.03 |
댓글,
mmgoon
예전에 운영하던 홈페이지, 게시판, 블로그들의 보관소 같은 블로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