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여자 사귀어도 되요?



인생을 살다가 보면 별별 종류의 사람을 다 만나게 되지만 (어쩐지 나는 그 빈도수가 높다) 

처음 만나서 그것도 자기보다 7살이나 많은 내게, 그것도 기차역 동네 펍에서, 다짜고짜 첫 질문으로, 그 전까지는 예예 라든다 아하 등등 정도말 말하다가  


"근데 일본 여자애를 사귀어도 되나요?"  


라고 묻는 인간은 좀 당황스러웠다. 

뭐 거의 일년 전 이야기 이고 지금 써놓고 보니까 그렇게까지 당황스러운 얘기도 아니지만 당시는 조금 당황을 했었다. 

그래서 대답을 


"특정 종교를 믿으시나요?" 

"아니요" 

"그럼 우리나라가 뭐 결혼하는데 당의 허락을 받는 그런 나라도 아니고, 교주의 점지를 받아서 결혼하는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결혼 그 자체도 아니고 그냥 여자애 만나서 툭툭거리고 밥 정도 같이 먹고, 둘이 좋아서 히히덕 대는 그런 사귀는 정도라면 

비록 늙은 세대와 극우세력이 일본사람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현실이라고 하더라도 

당신이 영국까지 나와 연이 닿아 일본 여자애와 러브러브하는 관계가 되는게 무슨 문제냐" 


라고 아주 길게 대답을 했었다.  


뭐 결국 일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는 녀석은 그런 질문을 했는지도 아마 까먹었을 것이고 

녀석은 일본이 아니라 어떤 나라 여자애도 사귀지 않고 있고 (아 한국애 하나와 한 번 스캔들 비슷한 것은 있었지만) 

가끔 전화를 걸어서는 "제가 한 번 모셔야 하는데" 등등의 쓸데없는 말이나 하고 있다. 

그러면서 아직까지 술한번 산적이 없다. 미워~  


사람을 사귀는데 무슨 선입관을 가지는걸 난 참 싫어한다. 

결국 만나서 이것저것 이야기를 나누다가 보면 점점 즐거워지는 관계란 것도 있고, 

아아 이놈의 껍질을.... 하는 관계도 있고, 어느 순간 불현듯이 미워지는 관계도 있는 것이다.  


요사이 우리 학교를 지원하려는 사람들로부터 많은 메일과 msn 챗을 한다. 

뭐 나는 그리 사람을 빨리 사귀는 스타일도 아니고, 챗팅도 잘 못하고 해서 사무적인 대답만을 날리고는 하는데 정작 속은 정신이 하나도 없다.   


아아 결론은 뭘까나.... 

내게 더 이상 '내가 누구랑 사귀면 어떨까?' 이런 식으로 묻지 말란 말이다. 

나이가 많다고 그쪽으로 잘 아는 것은 아니니까.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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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게시물 정보)

- 글쓴 시기 : 2003년

- 글쓴 장소 : 영국 써리 에그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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