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나라에서 산다는 것은 이것저것 불편한 점을 수반한다는 얘기가 되지만서도 그 중에 특히 불편한 것은 '적당히 머릴 자를 수 있는 곳을 찾는 일'일 것이다.
영국에서도 머리 한 번 자르려면 한인촌까지 차를 몰고 가서 커트만 이만 몇 천 원쯤 주고 깎아야 할 만큼 그러고도 별로인 스타일이 나오기도 하는 그런 상황이었다.
심심해서 영국 이발소라도 갔다가는 당분간 모자를 눌러쓰고 다녀야 한다.
베트남은 머리카락이 우리나라와 같으니깐.... 하는 생각을 왔지만
의외로 헤어스타일이라는 게 나라마다 있어 가지고
베트남 길거리 현지이발관을 갔다가는 엄청난 70년대 머리스타일에 기계충이 옮는 사태를 가져올 수 있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10배 가격을 주고 한국 사람이 주인인 이발소를 전전하는데 오늘도 머리가 하도 부시시해서 다녀왔다.
먼저 들어가면 약 5명정도의 아가씨들이 "사장님 어서오세요~" 한다. 당황
자리에 앉으면 한국 아저씨가 와서 쓱쓱 머리를 깎는다.
이 때 2명 일조가 된 아가씨들이 내 옆에서 아가씨 1은 아저씨가 머리를 깍고 옆으로 가면 스펀지로 슬슬 붙은 머리카락을 털어내고,
아가씨 2는 일종의 투명플라스틱 판다를 얼굴에 대서 얼굴로 머리카락이 떨어지는 것을 막는다.
머리를 다 깍고 나면 아가씨중 고참 아가씨가 "사장님 이쪽으로~" 한다.
걸어서 머리감는 곳으로 가서 누우면 "사장님 얼굴 마사지?" 한다.
싫다고 하면 머리를 살살 감겨준다.
가끔 잘 못 걸리면 머리를 심혈을 기울여서 감아주는 언니를 만나게 되는데 이 경우 약 15-20분간 머리만 감는다.
머리를 다 감고 자리로 돌아오면 최고 고참 아가씨가 다가와 드라이어로 머리를 말려준다.
이 때 아가씨는 열과 성을 다해서 머리를 2대8로 만들어 준다.
아무리 이거저거 얘기해야 소용없다. 정말로 열심히 2대8 가르마를 만들어준 덕분에 웬만해서는 복구되지 않는다.
2대8일 끝나고 자리에서 일어나서 돈을 지불하고 나오면 뒤쪽에서 다시 약 5명의 언니들이 "사장님 안녕히 가십시요~" 한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벽에 얼굴을 비춰보면 당당 2대8 가름마를 한 내가 서있다.
아아 빨랑 집에 가서 머리 다시 감아야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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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게시물 정보)
- 글쓴 시기 : 2004년
- 글쓴 장소 : 베트남 호치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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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g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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