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저질렀다



"그러니가 현준씨도 그쪽에서 얘기를 좀 하라구요. 본사에서는 우리들이 소리를 낼테니까!!" 

"아 뭐. 기회를 봐서..." 

"아, 뭐, 가 아니라구요! 이번 노조의 방침은....."  


몇 주 전엔가 동기회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올해(그러니까 작년-_-a) 임금인상의 가닥이 잡혔는데 상후하박 그러니까 과장부장처장들은 많이 인상을 하고 대리사원들은 쬐끔 올린다는 것이다. 

덕분에 수많은 대리들이 (울 회사는 웬만하면 다 대리다. 나도 생각해보면 6년째 대리구나. 흑흑.) 열이 왕창 받아가지고 난리라는 것이다.  

전화를 끊고 주위를 둘러봤더니, 이번에 월급이 사뭇 오른 과장과 부장들이 좋아라 떠들고 있었다. 

그래서 불쌍한 대리를 대표해서 뭐 한마디 거들려고 다가갔다. 


"오 김대리~ 월급올랐쥐?" 

"아 뭐" 

"야야 꺄불지 말고 이번에 월급 오른 거 가지고 (참고로 울 회산 월급 인상분을 연말에 다 몰아서준다) 골프채나 사라구" 

"엥? 있는데염?" 

"얌마. 그게 골프채냐? 어뒤서 이름도 엄는거 가쥐고설라므네" 

"아웅~ 돈나이가 어때서염" 

"암튼 골프는 투자야. 알간?" 


"그나저나 너 왜 요사이 연습장에도 안나와? 어젠 뭐했어?" 

"탕하고 술마셨는데요?" 

"그제는?" 

"니하고 탕하고 푸엉하고 차우하고 해산물 먹으러...." 

"니가 베트남애냐? 정신 안차려? 암튼 골프채 사 알간?" 

"우쒸-"  


결국 대리의 위상이니 권리니 이런 말은 한 마디도 못하고 이상한 골프채 쓴다고 쿠사리만 잔뜩 먹고 (돈나이가 어때서~~) 돌아왔다. 

게다가 당근 내 월급 인상분을 가지고는 골프채를 산다는 것은 꿈도 못꾼다. (당연하지 않은가? 뭐 돈나이라면 풀세트도 살수있다 -_-;;;)  


그러고 있는데 차우가 왔다. 


"자자 돈을 주세욤. 시엠립가는 비행기표 사게요" 

"오오 그래그래. 부탁부탁~" 

"헤헤 그렇게 많이 필요엄써요. 30% 디씨한 가격으로 사줄께염 ^^" 

"오오오오오오 땡큐.  나중에 베트남항공 그 친구한테 점심산다고 해" 

"넹~"  


그동안 차우에게 사준 게와 새우들이 힘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덕분에 비행기값도 절약하게 되었고, 베트남항공 차우친구의 빽으로 숙소도 기적적인 가격 (도저히 말할 수 없다)으로 잘 수 있게 되었다.  


캄보디아를 다녀와도 얼마간 돈이 남는 것이었다!!! 술 값 싼 베트남에 산 결과다!!!!  


이렇게 즐거워하고 있는데, 탕녀석이 실실 웃으면서 왔다. 


"미스터김 여기에 싸인해줘요" 

"뭔데?" 

"와우 담주에 싱가폴 가는거요" 

"아아. 잘 다녀와" 

"와우 싱가폴 첨 가봐요" 

"돈 아껴쓰고. 술값 열라 비싸다구. 참참 부탁이 하나 있는데...."  


자자 여기서 문제. 과연 이번에 저지른 물건은 무엇일까요? 도착하면 알려드립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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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게시물 정보)

- 글쓴 시기 : 2004년

- 글쓴 장소 : 베트남 호치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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