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만쓰고 재미없었던 날과 우울모드 탈출




결국에는 아무것도 못하고 흘려버린 한주가 된 극한의 날이 어제였다. 

'이래선 안돼' 하는 마음이 들어서 마지막 용기를 내서 집 밖으로 나왔다. 


점심시간은 이미 지났으니 매점에서 뭔가를 사먹으려고 하는데 RCS 카드 (학교안에서 쓰는 직불카드)에 돈이 없었다. 

지갑을 봤더니 달랑 5파운드.... 하는 수 없이 cash point에서 돈을 찾아서 20파운드를 충전시키고 샌드위치와 환타를 먹었다. 


문득 전화를 걸 일이 기억나서 전화를 꺼내니 남은 돈이 없었다. 

또 cash point에가서 돈을 찾고 폰바우쳐를 사서 20파운드를 충전시켰다. 

기분이 좀 그래서 드라이브나 할까 하고 차를 봤더니 기름이 거의 없었다. 

다시 25파운드어치의 기름을 넣고 큰 문구점에서 사진을 정리하기 위한 철과 공씨디를 25파운드어치 사고는 

내가 좋아하는 들판길로 들어서서 좀 달리는데 전화가 왔다. c 였다.   


"뭐해요? 안바쁘죠? 음식 해먹을 건데 집으로 와염" 

"아아, 무슨 바람이 불어서 음식을 하는거야?" 

"집이 생각나서요" 

"오옷 둘이서?" 

"농담말아요. C랑 a도 올거라구요. 글고 올적에 와인 한 병만 부탁~" 


그래서 드라이브도 포기하고 (먹을걸 준다지 않는가 또 여자 세명이 모였다지 않는가 -_-;;) 집에 들려서 저번 깔레에서 산 와인을 한 병 들고 c네 집으로 갔다.  


"어서와요. 여기 좀 앉아있어요. 아직 음식이..." 

"도와줄까?" 

"아녀. 글고 뭐 지금 하는 음식 중에 하나라도 아는게 있어요?" 

"아뉘 -_-a"  


c는 생긴거와는 달리 음식을 참 잘한다. 

소스도 사다 하지 않고 만들고... 특히나 그녀의 나시고랭은 참 맛있다. 

나이가 가장 어린 C도 음식솜씨가 괜찮다.  


'으음 기대가 된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이럴때 가장 쓸모 없는 a (과연 누가 데리고 갈것인가-게다가 초컬릿과 소세지 중독이다)랑 수다를 떨었다. 


음식을 신나게 먹고 녹차를 마시면서 얘기가 시작되었다. 

뭐 예상은 했었지만 인생상담 내지는 남차친구관련 조언이 주제였다. 

내 나이를 밝히지 말걸이란 생각을 계속했다. (우쒸~ 10살을 빼도 그 중에서 젤로 나이가 많았다 T_T) 이런저런 식으로 얘기를 해주고 

- 말레이지아 출신 중국-이태리 혼혈과, 중국 출신과, 영국출신 중국계 여자애들을 동시에 이해시키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_-;; - 

와인을 한 병 비우고 집으로 왔다.  


집에 와서 요사이 맛들이고 있는 진앤토닉을 먹고 잠이 들었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자 왠일인지 우울함이 싸악하고 사라졌다.  


'역시나 우울할적에는 맛있는 음식을 먹고 돈 팍팍쓰고 젊은 여자애들이랑 노닥거리는게 최고다' 


라고 말하고 싶지만 왠지 이건 아닌 것 같고... 

이 세가지를 외형적으로 했으면서도 별로 내형적으로 바뀐게 없는 나를 보고 우울요정이 


'뭐야 이 인간? 칫!' 


하면서 떠나간 것이라고 생각된다. 뭐 아님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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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게시물 정보)

- 글쓴 시기 : 2003년

- 글쓴 장소 : 영국 써리 에그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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