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일기란 것을 잘 안쓰던 사람이었다.
뭐 요사이도 일기라는 것을 쓴다고 생각하면 공연히 머리가 더 복잡해지는 것을 느끼지만.
그래서 나의 예전 일기장을 뒤적거리는 것은 매우 간단한 일이다.
그러니까 중학교부터 대학교 1학년때까지 달랑 2권의 일기장이 있다.
하나는 친구한테 선물받은 것과 다른 하나는 내가 문방구에서 산 것이다.
그리고 뭐 거기에는 초록색과 보라색으로 (왜 이런 색들을 좋아했단 말인가) 뭔가 끄적거린 것들이 있다.
대학 2학년부터는 적어도 종이에다가는 일기를 쓰지않았기 때문에 이렇게 간단한 나의 과거 생각을 바라다 보고 있노라면
'으음 그 때 누군가가 머리라도 투욱 치면서 이거이거는 정말로 별로인 생각이야라고 말을 해주었다면 좋았을걸'
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떤 상황에서든지 그 안에서 뒹굴고 있으면 마치 튀김옷을 입은 새우처럼 계속 빵가루가 묻어버려서 점점 내 자신은 왜소한데 내 껍질이 더 커져버린 그런 답답함을 느끼게 된다.
지난 토요일에는 마음도 답답하고 비도오고 그래서.....
라기 보다는 싼 표가 생겨서 프랑스 깔레에 쇼핑을 다녀왔다.
쇼핑 품목은 당연히 와인과 맥주와 생선과 새우였다.
와인과 새우를 잔뜩 펼쳐놓고 선배집에서 밤을 새면서 새우와 와인을 즐겼다.
아침에 정말로 졸린 몸을 끌고 교회에 가서 예배를 봤다.
앤드류 목사님이 특별 설교를 하고 계셨는데 기어나는 것은 '일부 유대인 그룹중에는 안식일날 휴대폰을 거는 것을 금지한다' 정도.
집에 돌아와서 저녁까지 자고는 일어나서 연구실에 나왔다. 메일을 확인하고 있는데 k가 전화로 '과일이나 먹자구요' 해서 과일을 먹었다.
"프랑스엘 다녀왔다구요?"
"응"
"거기서 뭘했지요?"
"와인과 맥주와 새우를 샀지"
"그게 정말로 싼가요?"
"그건 싸고 비싸고만의 문제는 아니야. 뭐 싸긴 쌌지만, 튀김옷을 입은 새우로 너무 오래지내게 되면 가끔은 신선한 새우와 와인이 못견디게 먹고 싶어지는 것이거든"
"아무렴...."
다시 연구실에 돌아와서 글을 끄적거린다. 지금 그 두권의 일기장은 어머님집에 있다.
뭐 아직도 우리 어머님이 그걸 뒤적거리면서 '으음, 요사이 우리 아들은 이런 생각을...' 이런 식으로 중얼거리시지는 안으시겠지만.
일기장 2권으로 남은 사내....
이런 식으로 끝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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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게시물 정보)
- 글쓴 시기 : 2003년
- 글쓴 장소 : 영국 써리 에그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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