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한다는 것




점심을 사러 간 길에서 나오코를 만났다. 


"어? 머리 잘랐네?" 

"예, 어제..." 

"용감하군" 

"하하" 


하면서 노르웨이숲에 나오는 미도리를 떠올렸다. 

물론 미도리만은 못했지만 그래도 나오코의 새 머리는.... 이렇게 시작하는게 일상적인 글이라면,  나오코는 자신도 모르게 비교당한 것이다.  


사람은 비교를 하지 않고서는 자신을 알 수 없는 특성도 있지만서도 비교하거나 비교당하는 것은 그리 좋은 느낌은 아니다. 


나는 동생과 비교를 많이 당했다. 서로 많이 달랐기 때문이다.  


어릴적에는  나는 무척 말랐고 잘 안먹고 병에 잘 거리고  

동생은 토실토실하고 잘 먹고 잘 놀았다  

커가면서는 나는 암 생각없이 시키는 대로 하는 바보같이 착한 학생이었고 

동생은 말은 하지 않았지만 예의 그 반항을 보였고 

난 옷이나 외양에 절대로 신경쓰지 않았으며 세상에 무감했고 

동생은 옷에 목숨걸고 너무 민감해서 늘 토하거나 쓰러졌다 

나의 사춘기는 나와 어머니 둘 다 언제인지 잘 기억이 나지 않고 

동생은 장장 수년에 걸치 사춘기를 알아대서 집안에 우환이었다 

나의 키는 그대로 몇년간 유지되고 글 솜씨는 국민학교 이래로 늘지 않았고 

동생의 키는 단 2년만에 나보다 10cm가 더 커졌고 녀석의 글 솜씨는 극한으로 늘어났다  

커서는 나는 선생님이 골라주는 대학에 지원해서 2지망으로 무사히(?) 붙었고 

동생은 재수까지 해가면서 결국 내가 말리는 곳에를 갔고 

나는 방위병에 연대본부에 행정병으로 가볍게 군생활을 하는 동안 

동생은 현역에 공수특전사에서 낙하산을 탔다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엘 가서 졸업하고 취직했고 

녀석도 대학원엘 갔지만 때려치고 애정도피를 하고 돌아와서 노가다를 하다가 다시 대학원 준비를 한다 

말 잘들었던 나는 영국에 나와서 가끔 어머니께 전화를 하고 

문제아인 동생은 집에서 어머니랑 투닥거리면서 산다  


자, 결론은.... 


"그렇게 시키는대로 다 살면서도 왜 돈이 없는거지?" 


라고 녀석이 물어보면 할 말이 없는거고 


"그 정도면 글이나 좀 써봐" 


라고 내가 물으면 녀석은 그냥 눈웃음으로 답할 것이다. 


공연히 나오코를 미도리랑 비교한게 잘못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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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게시물 정보)

- 글쓴 시기 : 2003년

- 글쓴 장소 : 영국 써리 에그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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