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모그래퍼 만나기




지난 금요일에는 한중일 농구대회가 있었다. 

이게 뭐냐면 어느날인가 일본학생회 회장이랑 술을 마시고 있다가 


"야, 뭔가 재미있는 일이 없을까나?" 

"글쎄...." 

"인생이 단조로와 지거든 이 에겜에서는..." 

"그건 맞는 말이에요. 뭔가 즐거운 일을 적극적으로 만들 필요가...." 


이런 식의 대화를 나누고 나서는 본격적으로 어짜피 우리가 회장들인데 우리가 정하면 뭔가 일이 될것이라고 의기투합을 했다. 

그래서 결정한 것이 한일 농구대회였다. 

그리고 농구대회가 끝나면 양국의 우의를 다지기 위한 술자리 술자리 등등.... 


여기에 우리 발 넓은 일본학생회장이 중국학생회장을 끌어들였고 한중일 농구대회 및 이후 3개국 학생회원간의 우의를 증진시키기 위한 게임 및 술마시기 프로그램을 짰다. 

결국 판은 점점 커져서 각 학생회가 50파운드씩 걸고 1등이 몽땅 먹는 농구게임이 이루어졌고, 

당연히 (우리 학교가 에겜체대라고 불리는게 다른 이유가 아니다) 우리가 1등, 중국이 2등, 일본이 3등을 하는 결과를 가져왔고 

끝나고 2차로 모여서 게임도하고 술도 마시는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그 다음날이 토요일에 밀린 빨래를 걸어놓고 장을 보고 있는데 일본학생회장한테서 전화가 왔다. 


"저에요." 

"아아, 어제 잘 들어갔어?" 

"조금 많이 마셔서 여태 잤어요" 

"그럼 있다가 한국음식 할텐데 우리집에 와서 저녁 먹자" 


해서 일본학생회장이랑 수다를 떨며 저녁을 먹었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녀석이 벽에 붙여놓은 로모그래피 중에 하나를 보더니 


"어? 여기는...." 하는 것이다. 

"아, 거기는 런던 로모소사이어티인데 로모가 뭐냐면..." 

"로모그래퍼세요?" 

"엉? 너도 로모그래퍼냐?"  


이후로는 두 로모그래퍼가 만나면 벌어짐직한 일들, 그러니까 자기방을 뒤적거려서 로모그래피들을 꺼내고, 

로모를 사게된 경위를 이야기 하고, 이런 저런 경험들을 얘기하고, 나중에 함 나가자라고 얘기도 하고....그런 시간이 계속되었다.  


나는 우연히 어떤 사람을 만나는 일은 극히 적어서 늘 '그런 멋진 경험을 한번쯤' 이라는 생각을 하는데, 몇번인가 로모그래퍼를 우연히 만난적은 있다. 

한 번은 동대문 두산타워에서 일련의 로모그래퍼들을 봤고, 

런던 어느 거리에서 왠 미친넘인줄 알았던 로모그래퍼를 봤고 (보라색 가시머리였고, 어디선가 뛰어내리면서 찍고 있었다 -_-;;), 

종로에서 필름끼우느라 허덕이는 한 사람을 봤다.


그렇지만 평소에 알고지내던 사람이 마치 신분을 숨기고 살아오고 있었던 첩보원들이 서로를 확인하는 것처럼 


'저도 로모그래퍼에요' 


라고 하는 경험은 처음이었다. 으음, 

로모그래퍼라는 것은 멋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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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게시물 정보)

- 글쓴 시기 : 2003년

- 글쓴 장소 : 영국 써리 에그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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