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 메이트와 오징어 불고기




영어 표현중에 소울 메이트라는 표현이 있다. 

영혼의 친구라.... 

왠지 서로의 정보를 주고 받지 않아도 그냥 느껴지는 공통점과 그냥 알수있는 마음 뭐 이런 특별한 관계를 부여받은 사람사이라고 하겠다.  


지금까지 살면서 딱 한 번 소울메이트를 만난적이 있다. 

대학교 3학년땐가 암튼 동아리방에 갔더니 신입회원들이 들어와 있었다. 

우리 동아리는 왠일인지 유명해서 일년에 백명이 넘는 신입회원들이 들어오기 때문에 '뭐 또 들어왔군' 하고 인사를 건넸다. 

그 중에 앉아있던 한 여자애가 바로 나의 소울 메이트였다. 


성격도, 생각도, 마음속에서 퍼덕거리는 것들도 심지어 키도 -_-;; 거의 같았다. 

그녀는 대충 내 얘기의 10% 정도를 꺼내 놓으면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을 완벽하게 알아차렸고 

나도 그녀가 어떤 말을 하고나면 정말로 하고 싶은 것을 거짓말처럼 알곤 했다. 

당연히 어떤 상황에 처하고 나서 생각하는 것과 행동하는 것도 거의 일치했다.  


뭐 이런 사람을 만났다는 것이다. 

소울메이트들 끼리는 애정관계가 잘 발생하지 않는다는 얘기가 있다. 

어쩌면 사랑이라는 것은 환상이라는 당의(糖依)에 싸여 있어야지만 삼킬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일 수 있다. 


아무래도 열라 허부적거리는 발을 보고 나면 백조나 청둥오리, 원앙 깃털의 아름다움이 줄어드는 것과 같은 원리인 것이다. 

우리도 밥 같이 먹고 영화와 콘서트 같이 다니고 (이럴땐 정말로 좋다), 술 같이 마시고 했지만 둘 다 사랑은 없었고, 이걸 (문제는 이거다) 둘 다 알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그녀를 만난 것은 군대 갔다 와서 대학원 준비 한다고 놀고 있늘 때였는데, 오징어 불고기를 먹으러 같이 갔었다 (이럴때도 참 좋다).  


어제는 영국지사에 있다가 한국으로 돌아가는 남부장님 환송회였다. 

간만에 한국식당에서 소주와 부치개를 먹고 있는데 오징어불고기가 들어왔다. 


뭐 맛은 정말로 다르지만 그냥 나의 소울메이트가 떠올랐다. 

늘 긍정적으로 잘 살고 있겠지. 

소울 메이트는 헤어지고 나서도 걱정이 안되는게 또 장점이다. 


뭐 나도 잘 살고 있으니까....  결론은... 

겨우 4명이서 소주 5병에 오징어 불고기와 파전과 찌개를 먹었는데 40만원이 넘게 나와서 충격적이었다는 얘기다. 

소울메이트를 한 번 떠올리는 데에는 비싼 댓가가 따른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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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게시물 정보)

- 글쓴 시기 : 2003년

- 글쓴 장소 : 영국 써리 에그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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