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가 없었다면




오늘 무슨무슨 모임엔가를 다녀왔다. 

뭐 그냥 형식적인 모임이니 만큼 모여서 


"아 뭐 그런 일들이..." 

"아아..." 


등등의 얘기만 나누면 되는 그런 자리었는데 갑자기 어떤 모임의 대표인 여자애 하나가 


"...이런 일들을 방치할 수 없다구요. 우리는 뭔가 석유업계에 대해서 조치를 취해야 할 필요가.... 이 자리에 누구누구가 없어서 아쉽지만..." 


등등의 얘기를 했다. 


뭐 구태여 그 자리에서 내가 석유업계 출신이라는 것을 밝히고 싶지 않아서 아무말도 안했고 덕분에 금방 이야기는 진정이 되었지만서도.... 

석유업계에 종사하면서 늘 듣는 얘기중에 하나는 바로 '환경오염' 및 '지구 생태계 파괴의 주범'이라는 얘기다. 

뭐 유조선 누출사고로 시커멓게 변해버린 해안이나 바닷새, 물고기들이 불쌍하지 않다는 얘기는 아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생각해볼 필요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만일 석유가 없었다면.... 


이렇게 시작되는 우리 업계 소식지 광고를 보면서 생각을 한다. 


일단 인류는 엄청난 양의 고래를 다 때려잡았을 것이다.  

고래는 고기가 목적이라기보다는 부산물로 나오는 각종 원료가 약이나 뭐 그런 것들의 재료가 되기 때문에 포경이 활발했었다. 

요사이는 석유부산물로 다 해결되지만. 


석탄이나 나무로 연료를 하기 위해서 더 많은 자연 파괴가 진행되었을 것이다. 

솔직히 지구상에 물 다음으로 많은 액체가 바로 석유다. 석탄이나 나무에 비해서 열효율도 더 좋고.... 


따뜻한 옷을 위해서 더 많은 동물들이 죽어갔을 것이다. 


뭐 적어도 내 생각으론 고래나 밍크에게 석유는 참 많이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는데..  

인간이란 혹은 인간의 삶이란 참 모순적인 것이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자기가 살기 위해 무언가를 계속 파괴하거나 적어도 무질서도를 증가시켜야만 하는 그런 존재이면서도 계속 추구하는 것은 그런 상황을 부정하는 행위이고.... 

아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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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게시물 정보)

- 글쓴 시기 : 2003년

- 글쓴 장소 : 영국 써리 에그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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