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크리스마스



"김대리야아~" 

"넹 부장님" 


총무부 김부장이 부른다.  


"왠일이셔요?" 

"김대리야 그게 소피텔 부페 어떻디? 이번에 크리스마스 맞이해서 거기서 점심 먹으려고 그러는데" 

"소피텔여? 안/됩/니/다/" 

"왜?" 

"아이고 부장님, 저 거기서 50일이나 있었어요. 소피텔 부페 지겨워여~ 살려주세여~" 

"그래? 그럼 지금 유과장 넘 바쁘니까 니가 어디서 파티했음 좋은지 알아봐줄래? 싫으면 소피텔 가고..." 

"넹 제가 알아봅죠 -_-;;;"  


왠지 당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걍 포기하고 늉한테 여기저거 전화 걸어서 가격을 알아보라고 했다. 

(참고로 이제 공적인 대화는 늉과 나누기 시작했다)  

잠시후 안이 왔다. 


"오. 안아 잘 왔다. 뭐 하나 물어보자. 뎁꽈가 뭐야?" 

"뎁꽈? 저한테 뎁꽈라고 열번 말해주면 알려줄께요 ^^" 

"뎁꽈X10. 자 됐지. 무슨뜻인데?" 

"음. 아주아주 이쁘다는 뜻이에요!!!" 

"아주 이쁘다는 락뎁 아닌가?" 

"노노노 그건 아주 이쁜거고 뎁꽈는 아주아주 이쁜거에요!!" 

"너넨 형용사가 넘 많아 -_-;;;"  


이러고 놀고 있으니까 앞에 앉은 늉이 나를 정말로 경계하는 눈초리로 본다. 

아아 아직도 시간이 더 걸릴 것 같다. 아마도 늉은 죠크를 싫어하는 것 같다 ㅠ.ㅠ  


"오오 이게 아니지. 지금 미스터김이 호텔 정하죠?" 

"응" 

"글면 쉐라톤으로 정해요" 

"왜?" 

"꼭 한 번 가보고 싶다구요" 

"글면 그럴까나...."  


안이 가고 조금 있다가 차우가 왔다. 


"차우야~ 오늘밤에 남친하고 뭐할꺼야?" 

"히히, 이따가 언니네 집에 놀러가서 밤샘파티 할거에염" 

"오오 부럽부럽" 

"근데여.... 저기여.... 내일 근무하나여?" 

"아마도" 

"앙~~ 밤새 놀다가 나만 회사나와야 되여" 

"아니 그거야 베트남 정부가 성탄절을 휴일로 안만든 관계로..." 

"우웅~~ (이럴때 열라 귀엽다) 그러니까 미스터김이 소장님한테 함 건의를...." 

"아뉘 어떻게 일개 대리가 본부장급에게..." 

"앞으로 매일 아침 오후 커피와 차를 타줄께여" 

"오오. 으음.... 맡겨주세여!!!"  


다시 눈을 들어 이거저거 알아보고 있는 늉을 보니까 나를 아주 이상하게 평가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융화와 화합을 중시하는 내 업무방침을 아직 그녀는 모르는.... 아아 친해지려면 시간이 걸린다.  


이후로도 번이 와서 술 마시는 곳 싫다고 했고, 투이는 속이 안좋아서 집에 갔으면 했고 등등등의 청탁을 받았다. 

그리고는 잠시 소장실에 가서 소장님과 한국 교육계의 문제를 노닥이다가 


"소장님,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내일 나오지 말라고하져" 


했더니 역시나 놀고 싶은 소장님도 


"그럴까?" 


하신다.  


자리로 돌아와 묵묵히 내 job description을 봤다. 


직책: Senior Geologist.  

업무: 지질구조 해석, 유망구조 도출, 순차층서 및 고환경 해석, 시추위치 선정, 시추계획 작성, 시추시 평가업무수행, 시추후 총괄평가 수행 및 기타 용역시 관리행위  


아무리 쳐다봐도 여직원 복리증진이란 항목이 없다는 식의 눈으로 늉을 쳐다봤더니 뭔가를 들고 턱턱 걸어온다. 


"미스터김 자 여기" 

"뭐지요?" 

"아까 시키신 오늘 점심식사 관련 식당 파악입니다. 보기 좋게 표로 호텔명과 단가 주 메뉴를 정리했습니다" 

"넹. 글면 어디가 좋을까요?" 

"레전드 호텔이 가장 좋습니다" (강직강직) 

"아 그..... 그러져. 레젼드여" 

"예약하겠습니다" (강직강직강직) 

"아 뭐.... 그러져"  


결국 방금 전에 레젼드 호텔에 가서 포도주는 5병만 시키고 부페로 먹고 

소장님께서 성탄 선물로 내일 노는 것을 발표하셨고 투이는 점심식사전에 집으로 갔다. 

물론 안은 쵸컬릿으로 만든 집을 선물로 받았다 (당근 내가 샀다)  


정말 이넘저넘 다 행복하게 하기가 힘들다는 생각을 했다. 

모두들 메리 크리스마스 했으면 좋겠다. 


나는 한국 가는 비행기에서 이쁜 언니들이 뭔가 선물을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다.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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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게시물 정보)

- 글쓴 시기 : 2003년

- 글쓴 장소 : 베트남 호치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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