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바쁘면 안돼는 사람인데....



생각해보니까 굉장히 바쁘다. 

로모그래피 스캔은 아에 꿈도 꾸지 못하고 하루 종일 전화 받고 뭔가 쓰고 여기저기 다녀오고 정말로 화장실에서 조차 느긋한 시간을 보낼 수 없다.  

오늘만 해도 아침에 오자마자 영국에서 온 전화가 기다리고 있었고, 

그와 관련해서 이멜을 몇통을 만들었고, 

내일 오는 본사 관광단 (그냥 그렇게 부른다)을 위해서 50페이지짜리 프레젠테이션 파일을 적당히 만들었고, 

스카웃 미팅 아젠다를 잽싸게 만들어 결재를 맡고 부랴부랴 차를 타고 쉐라톤호텔에가서 스카웃 미팅에 참석하고 

대충 점심을 먹고 (아이고 점심부페~) 돌아와서 발주용 서류를 만들고 레포트를 하나 읽었다. 

이제 겨우 두시다 아아아-----  


내가 이렇게 된 이유는.... 

먼저 우리 개발팀에 총원이 부장 하나 과장 하나 대리 하나에다가 베트남 직원 둘에 비서가 하나인데, 

부장은 아직 부임하지 않았고, 과장은 싱가폴 갔고, 베트남 직원중에 하나는 신혼여행을 갔으며, 우리 비서는 오늘이 이틀째 날이다. 

덕분에 나만 죽어라고 행정일에 내 기술일까지 겹쳐서 난리를 치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바쁘면 안돼는 그런 인간인 것이다. 

나는 바쁘게 되어버리면 꼭 상황적인 실수를 저지르고 만다.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었으니....  


내 인생의 신조중 하나가 


"절대로 여자들 인간관계 가운데 서지 않는다" 


인데 이번 바쁨이 이걸 저지르게 한 것이다. 


그러니까 난 저번주 목요일부터 정신이라고는 하나도 없이 바쁘고 있었다. 

목요일 저녁때에 뚱 녀석이 컴퓨터 하나를 가지고 와서 새로올 비서자리에 설치를 하고 있는 것을 봤다. 

아무리 정신이 없어도 이번에 뚱 녀석이 설치하는 컴퓨터 키보드가 맘에 들었다. 


"이봐 뚱, 그 기보드랑 내꺼랑 바꾸자" 

"왜여?" 

"멋있자나. 글고 새로올 비서가 한글키보드가 왜 필요해" 

"그런가?" 


이런 대화를 나누고 있을때 차우가 다가와서는 


"아하, 새로 비서가 온다고 신경을 쓰는거군요" 했다. 

"왜? 질투하냐?"  


아아, 나는 너무나 바빠서 정신이 없는 나머지 절체절명의 진리 


'여자는 10살이나 60살이나 절대로 질투를 한다'


를 까먹은 것이다.  


다시 금요일에 정말 내일 오는 사장 때문에 정신이 혼미해졌고, 토요일 일요일도 국회의원 아찌들과 사장 덕분에 아무 생각이 없었다.  

월요일 아침에 우리 새비서 미스 늉이 왔다. 

미스 늉이 궁금하면 밑에 '대로망 비서선발대회'를 읽으면 된다.  

바로 그 우울한 2번 아가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침부터 정신이 없이 뛰어다녔다. 

덕분에 미스 늉은 "뭐야? 저인간 정신없이 왔다갔다하기만 하고" 하는 눈치를 보인다. 

흑흑 이게 아닌데 게다가 오후에 바빠서 


"차우야- 이거좀 복사해서 철하고 피비이피에 갔다주어" 했더니 

"흥- 새 비서한테 시켜염" 하는게 아닌가 


게다가 옆에서 안이 


"그래. 새 비서 왔다구 아에 놀러오지도 않구요!!!"  


아아 이것이 바로 모두에게 버림받는 초식이었던 것이다.  


결론은.... 모든 사람들은 새 비서 와서 좋겠다고 하지만, 나는 넘 바빠서 얘기도 아직 못해봤고 (얜 도데체 어딜 싸다니는 거얌) 

기존 여자애들 한테는 애정이 식었다고 구박받고 있고 

나는 일에 치여 죽어간다는 것이다  


역시나 나는 바쁘면 안돼는 인간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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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게시물 정보)

- 글쓴 시기 : 2003년

- 글쓴 장소 : 베트남 호치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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