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로망!!! 비서 선발대회~~



"김대리! 차우 못봤냐?" 

"차우요? 제가 뭐 시켜서 밖에 나갔어요" 

"엥? 나도 뭐 시킬 거 있는데" 

"오후에나 들어올걸요" 

"이쒸, 차우가 니 비서냐 내 비서지!!"  


당근 차우는 부장님 비서다. 

하지만서도 나도 차우 없이는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도를 복사한다던가, 예약을 한다던가, 옆 회사에 가서 자료를 훔쳐온다든가 등등) 

게다가 비서들 중에서 차우가 젤로 똑똑하고 일도 잘한다. 

이런 상황이니 위와 같은 일이 계속 반복되었고 결정적으로 부장님이 열라 급한 레터를 써야하는데 차우가 없었던 사건이 발생하는 바람에 긴급 회의가 소집되었다.  


"그래, 문제가 뭐야" 

"문제라녀?" 

"왜 오늘 차우가 레터를 못쓰게 된거야" 

"그게염, 이따라 프레젠테이션에 쓸 지도를 뽑아야 하는데...." 

"다 필요엄써. 내 비서는 건들쥐 마라" 

"부장뉨~ 무슨 말씀이에염. 비서 없음 팩스도 못보내요 (사실 난 팩스기계가 어디있는지도 모른다 -_-;;;)" 

"반항이냐?" 

"우쒸~" 

"그럼 어쩌면 좋을까?"  


이리하여 그동안 예산을 핑계로 공석으로 놔두었던 탐사팀 비서를 뽑기로 그리고 이후로는 차우를 건들이 않기로 만장일치로 결의 하였다.  

그래서 총무차장인 베트남 아저씨한테 부탁을 해서 이력서를 받았다.  


"허억~ 이 사람은 왠 나이가...." 

"아뉘 얘는 도데체 어느 학교를 나온거야?" 

"얘는 이력서에 왠 오타가 이리도..." 

"허걱~ 얘 혹시 그 분 따님 아뉘세요?"  


결국 우리 흥 아저씨는 실력과 외모 보다는 주변의 청탁을 기준으로 인원을 선발한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팀 비서는 커피나 타는 그런 직업이 아니라 온갖 레터를 쓰고 대부분의 전화상담을 도맡아 해야하기 때문에 

A급의 영어실력과 남의 회사에 잠입하여 뻔뻔하게 자료를 훔쳐오는 대담함이 요구되는 그런 자리이다.  


부장님과 두 명을 면담했지만 한 분은 (모 장관 따님 -_-;;) 영어가 영~ 아니셨고, 한 분은 (모 기업 처장님 사모님 -_-;;;;;) 컴퓨터를 전혀 모르셨다.  


"하아~ 피곤해" 

"미스터김 왜그래요?" 

"아아, 사람 뽑기 열라 힘드네" 

"오오 비서 뽑게요? 어떤 사람 찾는데?" 

"탕아 나는 딴거 바라는 거 아니고, 안처럼 이쁘고, 차우처럼 일 잘하고, 짱처럼 영어 잘하는 그런 사람이면돼" 

"미스터김. 뭘 바라는거에요?" 

"아아- 몰라 몰라" 

"그럼 여기 인터넷 구직 사이트에 함 올려보죠?" 

"오오 그런게 있냐? 어디어디"  


여기서 우리 회사의 규모는... 

한국인 10명, 베트남 10명, 기타 외국에 5명으로 구성된 회사다. 

이런 우리 회사에 단 삼일만에 100명의 지원자가 몰린 것이다. -_-a  


"야, 김대리 이걸 어쩔꺼야!!!" 

"100명을 어찌 다 면접을 봐!!!!" 

"에.... 그게...." 

"어쩌자고 이런 일을 냈어! 니가 알아서 잘 추려내!!!"  


그래서 졸지에 인사담당자가 된 나는 100명의 이력서를 다 읽고 일단 반으로 줄이고 다시 꼼꼼히 학력과 미모 (?) 등등을 면밀 검토해서 10명을 선발했다. 

그리고는 부장님과 내가 면접을 봐서 점수를 매기고 다시 컴퓨터 앞으로 데리고 와서 문서 작성능력을 봤다. 


아아- 나는 이틀간 일도 못했다 T_T  결국 최종적으로 두명이 남았고 소장님에게 서류가 올라갔다. 


"인사에 신중을 기했지?" 

"네" 

"우리 회사는 외국회사니까 이런 일에 신중을 기해서 공정한 선발이었다는 얘기를 들어야되" 

"알고 있습니다요" 

"그래 이 두 사람이 최종인가?" 

"넵. 1번은 외교학과를 나왔고 외국회사 3년 근무경력입니다. 성격을 활달한 편이고, 아버님은 교사 위로 오빠 둘이 있습니다. 영어, 컴퓨터 모두 합격점입니다" 

"으음, 2번은?" 

"네 2번은 호치민 인문사회과학대학 영문학과 출신으로 외국회사 1년 경력입니다. 

  성격은 조용한 편이고, 아버님 얼마전에 돌아가셨고 아래로 동생둘이 아직 학생입니다. 영어, 컴퓨터 모두 합격점입니다"  

"야, 그럼 2번은 소녀가장이네?" 

"아, 뭐 그런셈입니다" 

"참말로 똑똑하고 착하네. 그치안아 부장?" 

"네 그렇습니다요"  


이리하여 처음부터 내세운 공정이라든가 실력우선은 다 제쳐두고 인정이 이끌린 인사가 단행되었다.  


소장님 방을 나오는데 짱이 묻는다 


"누구로 결정되었어요?" 

"인사는 비밀원칙이얌" 

"치-, 1번이에요 2번이에요?" 

"누가 됐음 좋겠어?" 

"뭐 나야... 그치만 미스터김은 1번이죠? 귀엽고 밝은 성격에..." 

"축하해. 너네 학교 후배가 됐어“ 

"정말?" 

"그나저나 너네 학교는 왜 모두들 성격이 어두워?" 

"하하하"  


결국 12월부터 새로운 비서가 생긴다. 

아아 일 잘해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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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게시물 정보)

- 글쓴 시기 : 2003년

- 글쓴 장소 : 베트남 호치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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