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과 와인 그리고 영화



"여보세염?" 

"어, 김대리 난데" 

"허걱- 소장님. 하노이 가신 건은 잘 진행되시는지요? 글고 따님 합격 축하드립니다" 

"하하 고마와. 뭐 이쪽 정신이 없네. 그나저나 뭐하고 있었어?"  

"아, 다음달 고용할 순차층서전문가 이력서 검토중이었습니다" (소장님 안계신 틈을 타서 소장님 비서랑 놀고있었습니다) 

"아? 그래? 바쁜데 미안한데 부탁좀 하자" 

"아 네 그러십시오" (아, 거의 오늘 저녁 같이 먹기로 결정중이였는데 말입니다 -_-) 

"지금 연락을 받았는데 CS일보 기자새끼 하나가 회사엘 온다네. 그니까 내일 그녀석 좀 맡아" 

"아뉘 수행기자단 말고 또요?" (소장님~ 오늘 술마실거란 말에염) 

"미친넘이지. 그니까 절대로 사무실 어슬렁거리게 하지마~ 알간?" 

"저 기자한테 약한데..." (공무원보다 싫어하는 유일한 종족이에염 -_-;;) 

"아무튼 부탁-"  

"하아~" 


전화를 마치자 소장 비서 안이 물어본다.


"왜 그러신대여?" 

"아냐, 괜찮으니까 아까 말한 그 하노이식 생선집 찾아바바" 

"넹~"  


잽싸게 자리로 돌아가서 녀석의 자료를 찾아봤다. 

아항- 녀석은 와인을 좋아한단다. 


"차우야 차우야" 

"넹?" 

"지금 빨랑 호치민시에서 가능한 멋진 곳으로 와인 테이스팅 하고 마실 수 있는 그런데 좀 찾아봐줘" 

"왜요?" 

"아아, 그런 눈으로 보지마. 놀려고 하는 거 아냐. 일이라고 일" 

"안은 짜까 찾던데?" 

"아아 그건 노는 거야. 차우도 올거지?" 

"그럼 와인은 일이고 생선은 노는거?" 

"으음, 인생이란....말이쥐"  


암튼 이런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기자녀석 덕분으로 저녁에 무려 9명이나 되는 인간들이 하노이식 생선집에 모두 모여서 (왜 이런 결과가 -_-;;;;) 베트남산 와인을 마시게 되었다.  


"차우가 하루 종일 와인집만 뒤지더니 와인 마시고 싶다고 그랬어요" 

"호치민에 달랑 하노이식 생선집이 두 집 밖에 없는데 여기가 더 좋대요" 

"아니 미스터김 안하고만 가려고 그런거에요?" 

"우린 그냥 왔어요. 저녁 먹는다고 해서요"  


등등의 대사를 들으면서 먹은 하노이식 생선요리 (짜까 하노이)는 의외로 맛있었다. 

그러니가 가는 쌀국수를 그릇에 넣고 여기에 생선과 야채를 같이 넣은 다음 생선소스나 새우젓을 뿌려서 먹는데 입안 가득히 즐거움이 넘쳤다. 

기쁨이 마음에 가득해졌다 (음식에 약한 인간이란게 있다 -_-;;;;)  


"살룻트~" 

"아아 김 불어해요?" 

"아뉘 걍 몇 단어만. 그나저나 안아 너 불어하지?" 

"헤헤 고등학교때 배웠는데 그저그렇죠" 

"너 나온 고등학교 유명한데지?" 

"최고라구요. 그 왜 그 영화에도 나왔는데.... 제목이"  


이로부터 한시간 동안 영화이야기가 계속되었고,  

여기서 깨닳은 것은 영화제목이 각 나라마다 넘 다르다는 것이다.  


뭐 그러니까 베트남 사람들은 중국애들이 불법복제한 디비디로 영화를 즐기는데 중국넘들은 모든 영화제목을 중국말로 바꾸고 (예를들면 툼레이더는 무덤기병 ^^) 

다시 베트남은 이걸 기준으로 자기식으로 이름을 붙이는 과정에서 도무지 원본을 찾을 수 없는 

그러니까 [개새끼 > 썬 오브 비치 > 해변의 아이들 > 비치보이스] 처럼 변해버린다.  


암튼 그림그려가면서 신나게 한시간을 영화얘기를 했다. 


베트남식 생선요리와 와인과 영화가 왠일인지 궁합이 잘 맞아들어 즐거웠다. 

와인은 마음의 향기라는 얘기가 있는데, 과연 내일 기자녀석하고 마시는 와인은 맛이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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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게시물 정보)

- 글쓴 시기 : 2003년

- 글쓴 장소 : 베트남 호치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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