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쩨에 놀러가다 - 상편

이번 여행의 목적은 그러니까 내 베트남어 실력을 증진시키는 그런 목적이었다. 

그러니까 학생 10명과 선생님 10명이 같이 버스를 타고 빈쩨라는 곳으로 가서 현장체험을 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말은 이렇지만 겨우 수업 두주일 듣고 남베트남 농촌으로 가서 그 곳 사람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다는 것은 불/가/능/ 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옙 새임 그게여 저는 실력이 안돼는 관계로..." 

"아니다. 뭐 실력은 그리 중요하지 않단다. 가서 진짜 베트남을 경험해야....." 

"아뉘 그래도" 

"일요일에 봅시다" 

"넹 -_-;;"  


이렇게 되서 또다시 베트남식 여행을 시작하게 되었다. 


뭐 늘 그렇듯이 떠나기 전날의 저녁은 이상하게도 술자리 그것도 그날따라 많이 들이키는 그런 술자리가 새벽까지 이어졌고 

두시반에 잠자리에 들어서 다섯시에 일어나니까 정말로 죽을 맛이었다. 

술냄새를 풀풀 풍기면서 집합장소로 가보니까 역시나 집합시간 6시를 지킨 사람은 일부....-_-;;; 

아직도 안온 인간들 (우리 선생포함해서).... 이런식의 상황이었다. 


겨우겨우 길 한쪽에 자리를 잡아서 달콤한 아이스커피로 속을 달래고 있으니까 사람들이 온다. 

역시나 예상했던 대로 촐발은 6시40분이 되었다.  

리스펙트!! 비에트나미즈 스타일~  


버스에 타기 전에 두리번 거리면서 후엔 선생님을 찾았으나 보이질 않았다. 


'어? 이 인간이 안갈리 없는데...' 


하면서 버스에 올랐더니 아니나 다를까 옙 새임이 실실 웃으면서 옆에 앉는다. 아아~  


후엔 선생님은 처음 세번 수업을 같이한 새임인데, 나이도 어리고 귀엽고 ^^;; 그러니까 공부에 70%, 이거저거 재미있는 얘기 30%로 수업을 진행한다. 

글고 맛있는 베트남 음식점이라든가 요사이 한국드라마라든가 하는 정보도 얻을 수 있는 타입이다. 

당근 후엔선생님과 같이 가면 즐건 얘기를 나눌 수 있다. 


이에 비해 우리 옙 새임은...... 

그러니까 말하자면 너무나 열정적인 선생님인 것이다. 

100% 혹은 그 이상 내게 베트남어를 가르치려고 노력하신다. 

수업시간에 농담 절대 없고, 무지 내용 많이 가리키고, 발음 틀리면 100번이라도 반복시키시는 그런 분이다. 

흑흑 쪽팔리게 받아쓰기 시험도 본다 -_-;;;;  


"짜오 코 (선생님 안녕하세요)" 

"짜오 안 (너도 안녕)" 


그리고는 허억~ 하얀 종이를 꺼내시더니 어제 밤 음주와 빠른 기상으로 뒤죽박죽이 된 머리를 가진 내게 

이거저거 적어가면서 게다가 쑥스럽게 발음 교정까지 해주면서 수업을 시작하시는 거였다. 

아아- 다른 자리들은 잠을 잔다거나 이런저런 뭔가 즐거워 보이는 얘기를 나누는 동안 나는 옙 새임과 베트남의 주요표현들을 6성조와 함께 외우고 있었다.  




한참 달린 차는 예상대로 페리를 타기 위해 항구에 멈췄다. 

호치민 남쪽으로 가면 당근 메콩강을 만나고 이걸 건너기 위해서는 페리를 탄다. 

페리가 떠나는 항구는 사람들이 늘 넘치고 장사들이 북새통을 이룬다. 

이상한 냄새도 나고 등등 뭔가 일어날 것 같은 분위기가 늘 넘치는 그런 곳이어서 선생님들은 


"자자, 떨어지지 말고" 라든가 

"물건 조심해요" 


라고 외치면서 1000동짜리 표를 나눠준다. 




페리를 타고 약 15분쯤 가서 저쪽항구에 내렸다.  


"자자, 빠진 사람 없지요?" 

"넹" 

"근데 뭔가 빠진 느낌이...." 


그렇다. 우리는 다 탔는데 우리 버스가 배를 타지 못한 것이었다.-_-;;; 

결국 우리 그러니까 한국, 일본, 호주, 미국, 영국, 인도, 말레지아, 싱가폴 사람과 선생님이 뒤섞인 이상한 그룹은 

다음 배가 올때까지 사람들의 이목을 끌면서 항구에서 빈둥거렸다. -_- 

respect VN style!!!  


다시 버스를 타고 우리의 목적지인 빈쩨에 도착을 했다. 

빈쩨는 베트남 남부의 동네로 물론 메콩강을 끼고 있으며 코코넛의 주산지인 완전 촌이다. 

즉 하이넝 (촌넘)의 고향인 셈이다.  


버스에서 내려 좁은 길을 10분쯤 걸어가자 집이 한 채 나왔다. 

엥? 후엔 새임이 그 집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후엔 새임이 빈쩨 출신이라고 했던 말이 기억이 났다. 

아마도 후엔 새임의 집 아님 친척집으로 추정된다. 집으로 가자 가족들이 반갑게 맞아준다.  




베트남은 동남아에서 몇안돼는 노인 특이 나이많은 남자를 공경하는 사회다. 

이런 이유도 있고 동방예의지국에서 ^^;; 온 관계로 이 집의 주인인 할아버지한테 깍듯이 인사를 드렸다. 

문제는.... 

이 할아버지가 나를 꽤나 맘에 들어하셔서 나를 불러다 옆에 앉히시고는 장장 20분동안 한마디도 못알아듯는 덕담을 내게 하신 것이다. 

나는 뭐 알아듯는 척 하면서 네네 거리고 있었고 T_T 나머지 인원들은 그 틈에 코코넛 주스를 마시면서 쉬고 있었다.  


할아버님의 덕담이 끝나고 모두들 그룹으로 나뉘어서 시장엘 갔다. 

다행히도 옙 새임이 다른조였기 때문에 공포에 하얀 종이를 피할 수 있었다. 


시장에서 이리저리 다니면서 이거저거 물어보고 과일도 사고 (다 훈련이다 ^^;;) 

돌아다니다가 메기를 파는 아줌마한테 붙잡혀서 이런저런 얘기들어주면서 (내용은.... 모른다. 아마도 난 베트남 사람들이 만만하게 여기는 타입인듯 -_-;;;) 시간을 보냈다. 


너무나 더운 날이었기 때문에 땀을 비오듯 흘린 나는 살기위해서 우리조 새임들을 모시고 카페에 가서 아이스커피(카페댜-)를 마셨다. 

역시나 열대는 아이스커피을 쪽쪽 빨면서 긴 의자에 누워서 지내야 된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다시 줄줄 걸어서 할아버지 집으로 오자 엄청난 점심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아 정말 간만에 집에서 만든 음식을 신나게 먹고는 마당에서 오리들이랑 놀았다. 

오후는 다시 집합해서 코코넛 농장과 캐슈넛 가공하는 집들을 돌아다니면서 현지인들과의 대화를 했다. 

뭐 나야 할 줄 아는 말이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에서 온 김이라고 하는데요. 실례합니다. 제 나이는 얼마이고요' 


정도의 수준이니까 그리 대화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없었고, 동네 꼬마들이랑 물고기를 구경하거나 고양이를 데리고 놀았다.  


새임들은 뭔가 말을 해보라는 식으로 자꾸 눈치를 줬지만 뭐.... 

알아야 하쥐....  

암튼 오후수업을 무사히(?) 마치고 다시 모두 모여서 할아버지집에서 사진 한장을 찍고 (당근 할아버지 옆에는 내가 ^^;;) 마을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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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게시물 정보)

- 글쓴 시기 : 2003년

- 글쓴 장소 : 베트남 호치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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