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식 단체관광

그러니까 그게 지난 금요일은 체육대회였다. 

뭐 체육대회라면 축구도 하고 농구도 하고 그래야 할 것 같은데 여기 있는 한국 아저씨들 (아, 또 막내구만 T_T)이 하는 운동은 단 하나 '골프' 밖에 없다. 

덕분에 나처럼 골프를 할 줄 모르는 사람들은 난감한데....  

수요일쯔음에 옆에 앉은 니가 와서 (이름이 '니'다)  


"골프치러 가는거야?" 묻는다. 

"아뉘. 골프는 안칠건데 뭘할지 모르겠어...." 

"오오 그럼 우리랑 컨자오에 놀러가자구" 

"거기서 뭐하는데?" 

"아아 암튼 열라 재미있을 거야. 같이가자구~"  


이리하여 소위 베트남식 관광을 하게되었다.  

출발시간은 아침 7시. 졸린 눈을 비비고 회사앞으로 갔더니 잔뜩 신이난 베트남 애들이 놀고 있었다. 


"여기야 여기. 미스터 김~" 

"오오 저 버스야?" 

"그래그래그래. 이제 좀 있으면 출발할거야"  


그러나 여기는 베트남이다. 


"어? 얜 왜 안와?" 라든가 

"누구누구는 화장실 갔어" 라든가 

"어이 킴 이쪽으로 와서 냉커피나 한 잔 하자구" 


등등의 말이 오갔고  

길거리에 앉아서 냉커피를 쪽쪽거리고 있는 동안 사람들은 즐겁게 꺅꺅거리고 암튼 결국에는 40분이 지나서야 출발을 했다.  


베트남은 의외로 순진해서 버스에 앞쪽에는 여자애들과 아줌마들이 모여있고, 뒤쪽으로는 남자들만 모여있는 구조로 앉았다.  

그리고 버스타고 배타고 다시 버스타고를 거쳐 멍키 아일랜드에 도착하는 동안 베트남 가이드는 (잘생겼다) 

우리 아줌마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서 노래도 부르고 만담도 하는등 온갖 귀여운 짓으로 사람들을 웃겼지만 나야 뭐 못알아들으니까..... 

녀석 얼마나 받는지, 열라 고생하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뭐 울 아줌마들은 엄청나게 좋아들 하더구만.  




베트남 사람들은 정작 식사시간이 되면 별로 많이 먹지를 않는다. 

그렇지만 평소에 찔끔거리면서 계속 뭔가를 먹는데, 이번 여행 내내 버스속에서 뭔가를 계속 먹어댔다. 

덕분에 나도 옘이라던가 깜이라던가 하는 과일과 피스타지오와 무슨무슨 과자를 계속 먹을 수 있었다. 

앞에선 가이드가 재롱을 떨고 뭔가를 계속 우물거리면서 덜컹거리는 길을 따라 버스는 달렸다는 얘기  


이렇게 장장 두시간 넘게 달려서 도착한 곳이 멍키 아일랜드라는 곳이었다. 

이곳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자연 생태계 보호지역이라고 한다. 

뭐 그건 잘 모르겠고 끝없이 펼쳐진 망그로브 숲에 나무위를 엄청난 수의 원숭이들이 싸다니고 있었다.  

공원으로 들어가자 손에다가 원숭이에게 주라고 고구마 썬 것을 들려준다. 

여기까지 왔을 적에 나는 원숭이를 새만큼이나 싫어한다는 것을 생각해 냈다. 

그렇다고 신나있는 베트남애들 한테 말하기도 그렇고 해서 가만이 들고 있는데 갑자기 앞쪽에 수십마리의 원숭이들이 좌아악 나타나는 것이었다.  

마치 조직폭력배 두 조직이 대결하는 구도로 우리는 고구마를 들고, 녀석들은 그 고구마를 노리면서 대치했다. 




이윽고 싸움이 시작되고..... 가 아니라 사람들이 신난다고 녀석들에게 고구마를 주기 시작했다.  

나는 뭐 역시나 원숭이들이 싫은 관계로 가장 멍청해 보이는 녀석한테 다가가서 휘익하고 고구마로 대가리를 맞추고 

녀석이 '이론 쒸~' 하는 표정으로 쳐다보자 나머지 고구마를 몽땅 전달해줬다. 

녀석은 딴에는 고마운 표정으로 받아가지고 갔고.... 역시나 원숭이는 맘에드는 존재가 아니다...  


조금 구경하다가 다시 악어들을 구경했다. 

예의 악어들은 무신경한 표정으로 일광욕을 즐기고 있었다.  


그 이후에 모터보트를 타고 신나게 달려서 예전에 빨지산들이 숨어있던 군사기지로 갔다. 

뭐 베트남전쟁동안 엄청나게 많은 베트남 군인들이 여기서 죽었다. 2/3는 폭격으로 1/3은 아까 본 악어들에게 잡아 먹혔단다. 

뭐 악어들은 미군도 공평하게 먹어줬다고 하지만서도.... 기념비 앞에서 사람들이 조용히 머리를 숙이는 모습이 왠지 숙연해 보였다.  






그/러/나/ 

그 바로 옆에 있는 예전 전시 음식 시식장에 도착해서 뭐 주먹밥 같은 것과 맵고 짠 생선을 같이 먹은 것 까지는 그럭저럭 좋았는데 

(이럴때도 남자들과 여자들은 서로 다른 테이블에 앉는다), 

벌꿀이 들어간 베트남식 소주 돌리기가 시작되었고, 결국에는 남자들은 소리소리 지르면서 소주를 마시고 여자들만 관광을 하게 되었다. 




음 결론적으로 나는 엄청난 양의 소주를 마셨고, 도무지 그곳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지 못한다.  


다시 보트를 타고 버스로 나와서 이번에는 껀자오 비치리조트로 갔다. 

여기서 점심을 먹고 (메뉴는 베트남식 야채무침, 베트남식 탕수육, 베트남식 생선조림, 베트남식 찌개.....) 이와 동시에 양주와 맥주를 신나게 마시고, 

새로 온 나는 여자들 테이블에 가서 (그렇다. 밥도 서로 다른 테이블에서 먹었다) 재롱떨면서 술을 권했다.  


이미 여기까지 되었을적에 나를 비롯한 모든 남자들은 완전히 술에 취해버렸고, 결국 바다가에서 비치발리볼이고 뭐시기고 간에 모두 비치체어에 뻤어서 쿨쿨 잠을 잤다. 

조금 자고 일어나서 사진기를 들고 이거저거 찍고 돌아오자 그사이에 여직원들이 굴이랑 게랑 골뱅이 삶을 것을 사다가 먹으라고 권한다. 

그래서 또 레몬을 뿌려 굴을 먹고, 게를 먹고, 골뱅이를 맥주와 함께 먹었다.  


다 먹고 나자 주섬주섬 챙겨서 버스에 오르고 출발을 했다. 

결국 바닷물에는 발한번 담그지 않았다는....  


돌아오는 길에 왠 동네에 들려서 재래시장을 구경하면서 쇼핑을 하고 (난 안했다. 도데체 뭘 산단 말인가...) 고래뼈를 모셔둔 사당도 구경하고 호치민으로 돌아왔다. 

다시 저녁을 음주와 함께 하고 호텔로 돌아오니까 11시30분이었다.  




으음, 뭐랄까 베트남식 단체관광은 뭔가를 계속 줏어먹으면서 가이드하고도 신나게 같이 놀고 뭐 어딜 갔다기 보다는 

그냥 사람들끼리 즐거워하면서도 죽어도 남자와 여자는 같이 놀지 않는 그런 스타일이었다.  


의외로 재미있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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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게시물 정보)

- 글쓴 시기 : 2003년

- 글쓴 장소 : 베트남 호치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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