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치민 사무실에 도착하니까 호아이 아저씨가 날 보고 엄청 좋아하면서
"김 드디어 부임받았군. 내가 그럴줄 알았다니까!!! 내가 이미 컴퓨터도 다 설치해뒀고 이메일 주소도 다 만들어뒀어!!!"
하는 것이다.
베트남이지만 엄연히 우리 회사다.
그러니까 이말은 도데체 이메일 주소를 알아서 휙휙 만들어서 던져준다는 뜻이 된다.
너무나 개성없는 이메일 주소를 하나 받아들고 컴퓨터로 향했다.
예의 요사이 추세를 반영하는 LCD 모니터를 단 기종이었다.
뭐 속도도 그럭저럭 나오고 귀여운 스피커도 (왜 붙였을까나....) 붙어있다.
Thank you와 깜언을 외치고 나서 컴퓨터 앞에 앉았다. 그리고나서는 몇시간 동안인가 걸려서 컴퓨터를 커스터마이징 했다.
역시나 이 세상에는 커스터마이징 요정이란 없는 존재라서 (물론 카메라의 요정과 씨디롬의 요정은 있지만서도) 이건 그리 행복한 작업이 아니다.
영국에서 한국으로 오기 위해 자료들을 정리해서 학교서버와 노트북에 차곡하게 담고 내 개인자료를 다 백업하고,
다시 한국에 와서 새로운 컴퓨터에 이 작업을 또하고 또 휴대용하드에 담아서 베트남에 오고 베트남에서 또 이 작업을 했다.
이렇게 컴퓨터가 그러니까 여러개의 컴퓨터가 있어도
내가 메인으로 사용하는 컴퓨터 (그러니까 이메일과 내 일정과 연락처가 있는)가 바뀌는 느낌은 뭐랄까
막 결혼하고 직장에서 퇴근했는데 모르는 여자가 침대의 누워있는 느낌과 비슷한 것 같다 (뭐 경험해본 것은 아니지만 -_-;;)
그러니까 나름대로 이제 막 익숙해진 대문을 따고 들어갔는데 왠 섹시하게 생긴 여자가 얇은 슬립하나만 걸치고 역시나 섹시하게
"헤이~" 라고 하고,
"아아, 누구시더라...." 라고 말하자
"훗, 저번 부인은 잊으라구요. 오늘부터는 나랑 사는거야"라고 하고
"으음, 그래도 나는 슬림한 타입을 선호하는데..."라고 해도
"아아 그런 건 상관없어. 당신에겐 내/가/ 주어진거야. 왜그래? 모두들 섹시한 타입을 선호하는데" 라고 말할 때
이 상황에서 섹시한 타입을 발로 차서 내쫓고 머리에 띠라도 두른 다음에 "내 슬림한 타입을 돌려줘"라고 세상에 대해 부르짖기에는
또 나름대로 회사에서 피곤한 일도 많았고, 뭐 나름대로는 섹시한 쪽도 나쁜 것 같지는 않은것 같은 마음도 있고 해서....
"그럼 저녁은 샤워 후에..."
라고 말을하게된다는 상황과 비슷하다.
암튼 오늘도 익숙하지 않은 컴퓨터와 하루를 시작하게 되었다는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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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게시물 정보)
- 글쓴 시기 : 2003년
- 글쓴 장소 : 베트남 호치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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