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여행에 찍은 사진을 맡기고 어슬렁거리면서 학교로 돌아오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그러니까 .... 결국은.... 부탁해요"
"아아 싫어. 캡불러서 가면 되자나"
"아아아 제발. 혼자가면 심심하단 말에요"
결국 아아아~ 하는 여자애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차를 몰아서 모모처로 가서 무언가 물건을 기다려서 찾고 다시 집으로 왔다.
"애들 다 들어갔어?"
"아녀, o랑 oo랑 ㅇㅇ도 있고요..."
"불러서 한 잔 할까나?"
"좋죠"
해서 애들을 불러서 이것저것 해먹이고 있었다.
잠깐 안주를 하러 주방에 간 사이에 남친이 먼저 귀국해서 심심해진 k양이 내 로모그래피를 - 이젠 아주 자연스럽게 - 뒤져서 애들한테 보여주고 있었다.
안주를 내오자 한 녀석이
"근데 왜 사람은 잘 안찍어요?"
하고 묻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때부터 지금까지 곰곰히 생각을 해보니까 전체 사진중에 인물사진이 포함되는 비율은 약 7%이고 그나마 별로 맘에 들지 않는다.
이런 상황의 이유는 아마도
ㅇ 내게 아직 멋진 표정을 보여주는 인간들이 거의 없거나
ㅇ 예전에 고친줄 알았던 인간 혐오병이 아직도 잠복해 있거나
ㅇ 사람 아닌 물건들을 더 사랑하는 증세가 심각해졌거나
ㅇ 아직 사람을 찍을 실력이 안되거나
으음.... 앞으로 좀 더 사람을 찍어야 정상적이라고 다른 사람들이 말을 할것인가.
아니면 그냥 이대로 살아가야 하는 것인가 주제와 소재는 항상 복잡한 문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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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게시물 정보)
- 글쓴 시기 : 2003년
- 글쓴 장소 : 영국 써리 에그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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