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된 양풍이 불어서



지금은 돌아가신 친척 할아버지가 있었는데, 늘 하시던 말씀이 


"헛된 양풍이 불어가지고...." 


였다. 


뭐 할아버지로서는 몰락하는 한 가문을 지켜봤고, 사람들이 변화하는 모습을 봤고 등등으로 이해할 수 있는 대사였다.  


베트남 사업을 떠맡아가지고 시작한게 96년이다. 

그 이후로 여러 번 베트남을 다녔다 (여권에 베트남 출입국도장이 몇페이지인가 -_-;;;). 


베트남은 빨리 발전하는 나라라서 96년의 베트남은 지금의 베트남과 많이 다르다. 

가장 큰 변화를 느낀것은 영국에 2년 다녀와서였다.  


예전에 호텔 부페에 가면 70% 외국인 30% 베트남 사람이었지만 요사인 80% 이상이 베트남 사람들이고, 

슬슬 자전거와 시클로가 호치민에서 사라지고 있으며, 

아오자이의 비율이 현저히 떨어졌고, 

모바일폰이 엄청 많아졌고,  

결정적으로 머리에 물들인 언뉘들와 오빠들이 생겨났다는 거다.  


출근했더니 안이 새옷을 샀다고 자랑을 한다. 


"아아, 넌 아오자이가 더 이쁘다구" 

"흥흥 어려보여서 시러요~" 

"아아~ 헛된 양풍이 들어가지고" 

"엉? 왜 한국말을 해요!!!"  


나도 늙었나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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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게시물 정보)

- 글쓴 시기 : 2004년

- 글쓴 장소 : 베트남 호치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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