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일이 없어서가...
아니라 적당히 출장간다고 땡땡이 치고 집에 들어왔더니 이른 시간이었다.
잠깐 쉬다가 골프연습장이나 가야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전화가 왔다.
"하아이~"
"하아이~"
"지금 어디에요?"
"집이야"
"오늘은 일찍 왔군요. 신난다. 저기 오늘 나랑 놀아줄래요?"
"오늘 또 가게 나가기 싫구만"
"아아 너무 열심히 일하는거 그건 너무 싫어요. 놀고싶다구요"
"그래? 그럼 조금 있다가 윈도우 카페에서 볼까나?"
"저녁 사줘요."
"그래"
카라오케에서 만난 티한테 전화번호를 가르쳐준 기억이 도무지 없는데 언제부터인가 일하기 싫으면 가끔 전화를 해댄다.
뭐 술 잔 뜩먹고 "어디에요?" "거짓말~" 등등의 전화도 하지만서도.
암튼 저녁에 할 일이 생겼다.
세수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시내로 나간다.
"여기~"
신나는 얼굴의 티가 저쪽에 앉아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다.
"오늘 정말로 일하기 싫었구만"
"하하-"
맥주를 홀짝이면서 티랑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자 슬슬 배가 고파졌다.
"이봐 혹시 soft shell crab 파는 곳 알고있어?"
"알지요. 거기 갈까?"
"그래 그러자구"
티의 장점은 이 도시에 허름하지만 맛은 최고인 요리집을 꿰차고 있다는 것이다.
오늘도 강가에 면한 정말 소박하게 생긴 집에서 게와 소라를 먹었다.
"그게 뭐야?"
"곱창 튀김이요. 정력에 좋다구요!!"
"근데 왜 니가 먹니 -_-;;;"
"이거봐요 이거봐"
"응?"
"이거 먹고 어디 갈거에요?"
"호텔"
"저-질-"
음식점을 나와서 택시를 타고 호텔로 들어갔다.
주인녀석은 중국계였는데 영- 기분이 좋은 얼굴이 아니다.
뭐 그런 급의 호텔이니까. 방은 나름대로 괜찮은 편이다. 시내 중심에서도 가깝고...
"짜잔- 이거봐요. 새로산 속옷"
"이쁜걸..."
티를 살짝 안고 귀에다 뽀뽀를 하자 간지럽다고 쿡쿡거린다.
"이거봐. 어떻게 내 전화번호를 알아냈는지 가르쳐 달라구"
"비밀이라니까~"
침대위에서 이런저런 농담하면서 뒹굴거리고 있었다.
그/때/
투퉁- 하면서 전기가 나가버렸다.
정말로 방안은 칠흑같이 어두워졌다.
"뭐야?"
"또 정전이네요"
"아아, 뭐 곧 들어오겠지"
"흐흠-"
침대에서 뒹굴거리면서 전기가 들어오길 기다렸지만 도무지 전기가 들어올 생각을 안한다.
이미 방안은 엄청나게 더워지기 시작했고....
"아아, 너무 덥다"
"그래요"
"불이 안들어오려나?"
"글쎄 조금 걸릴것 같네"
"그럼 잠깐 나가서 차나 마시고올까나?"
"이넘의 전기사정"
"자자 나가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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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입니다"
"그게 뭐야?"
"그게 뭐야 라니요. 베트남 전력수급 보고서 만들라면서요. 베트남 전력부족 상황을 극명하게 묘사한 거죠. 얼마나 감동적이에요!!!"
"야, 김대리 이쒸- 지금 이걸 보고서라고 쓴거야!!! 앙!!!"
"몇몇 허접한 수치나 그래프 몇개 보다도 이런게 더 심금을 울린다구요!"
"아이구 이넘시끼!!! 듀글래!!! 당장 다시만들어와!!!!!!"
"우쒸- 나만 가지고 그래~"
아아, 크리스마스 전까지 보고서를 쓰란다.
베트남 전기 모자란거 세상이 다 아는데 왜 보고서를 쓰라고 그러는지...
투덜투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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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게시물 정보)
- 글쓴 시기 : 2003년
- 글쓴 장소 : 베트남 호치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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