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김 뭐하나 물어봐도돼?"
탕이 조심스레 묻는다
"오오 그럼"
"투이가 그러는데 김이 자기를 싫어한대"
"엥? 무슨소릴? 나랑 별로 말도 하지 않는데"
"너가 싫어서 그러는 것 같대. 엄청 걱정을 하던걸...."
여기서 잠깐 직책구성을 살펴보자면 탐사팀에서 내가 Senior Geologist, 그 밑에 탕이 Geologist, 그 밑에 투이가 Drafter인 구성이다.
뭐 투이야 오랫 동안 알아왔지만 얼마 전에 결혼도 했고 해서 이제 결혼까지 한 유부녀랑 "어제 모했쏘?" 등등의 얘기를 하기 그래서 그냥 공식적인 얘기만 했었다.
또 생각해보니까 며칠 전부터 내가 이력서들을 들고 다녔었다.
사실 이건 우리팀 비서 뽑으려고 들고 다니던 거였으나 투이가 의심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결혼하고 나면 외국회사 다니기가 껄끄럽다는 얘기도 들었었다. 울회산 예외지만 (순 아점마들) -_-;;;
결국 나는 점심을 먹고 투이한테 가서
"투이야 이거저거 좀 수정해서 이 그림 좀 다시 뽑아줘"
"넹"
"근데 너 eyecandy 4000있어?"
"아녕"
"글면 내가 이멜로 보내줄께. 물론 시리얼이랑 같이"
"와 고마와요!!" 했고,
다시 오후 3시쯤 놀러가서
"투이야 왜 이렇게 마르는 거야. 울 나라 여자들은 결혼하면 찌던데"
"몰라여. 몸이 좀"
"투이 남편 못봤죠? 열라 건장해요. 그래서 밤이 피곤한가봐여"
"오오 그래?'
"아뉘라니깐~"
등등의 쌍팔년도식 조크로 친분을 표시했다.
토요일 아침이라서 신나게 자고 있는데 득달같이 전화가 왔다.
"김김, 일어나라구요. 오늘 축구연습!!!!"
아아, 베트남 녀석들이 영국에서 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다음주 체육대회에 울 회사 대표 축구선수로 넣어버렸다.
결국 30도가 넘은 기온에 습도 80% 환경에서 그것도 아스팔트 위에서 한 시간 반동안 축구를 했다.
오오 넘어지면 살인이라서 엄청 몸을 사렸다.
연습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완전히 뻗어 있다가 미술관에 가서 특별전시중인 토바 미카(Toba Mika)의
Reminiscence of Vietnamese Scenery 전을 보고 (뭐 요사이 본 전시회중 젤 괜찮았다) 슬슬 걸어서 점심을 먹으러 가는데 니와 니 여자친구를 만났다.
"어? 미스터 김 여긴 왠일이에요?"
"아아, 뭐 미술관에 갔다가 점심먹으러. 근데 왠일들이야?"
"혼수품 사러...부끄~"
"아아, 정말 다음 달이지. 축하축하"
"고맙습니다. 근데 누구랑 점심을?"
"아뉘 뭐 그냥 아무데나 가서 닭고기 튀김하고 밥먹을 예정"
"오오 수상해 수상해"
"뭐가?"
"이제 온지 한달이 다 되어가잖아요. 그니까 여자친구 몇명쯤 있다는거 다 안다구요"
"맞아 맞아 남자는 다 똑같아"
"무슨소릴.. 없어."
"아하 숨기는게 있군요"
"으음 의심의심"
암튼 녀석들을 보내고 허위허위 걸어와서 길에서 점심을 먹으려다가 걍 카페에 들어가서 샌드위치와 냉커피를 시키고 (이렇게 먹으면 물경 5000원이나 든다)
재즈음악을 들으면서 얌얌거리고, 커피를 마시고, happy hour라고 가져다주는 수박을 소금에 찍어서 먹고,
다시 서비스로 가져다주는 냉차를 홀짝이고 로모를 몇번 누르고 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시간이야 말로 일주일 내내 내가 꿈꾸었던 시간이었다.
샤데이의 목소리가 슬슬 어깨를 주무르면서
"뭘.... 그냥 편하게...."
이런 식으로 말하는 듯 했다.
뭐 난 그리 시간을 보내고 있었지만 옆쪽에서는 남녀들이 앉아서 이거저거 신나게 떠들고 있었다.
한 여자에 핸드폰 벨소리가 모래시게 테마여서 으음 했다.
다시 선글래스를 쓰고 길거리를 거닐자 예의 오토바이 한대가 다가와서
"마싸? 걸? 뷰티풀걸" 등등이라고 말해서
"노" 했더니 역시나
"코리안? 오빠-" 라고 한다.
한국사람들 와서 뭐하는지. 글고 남자녀석이 오빠라뉘- 그래서
"헤이 마이트 아이 리브 히어. 넥스트 타임 오케?"
했더니 녀석은 참 웃기는군 하는 표정으로 가버렸다.
베트남 사람들에 비해 난 너무 혼자인걸 즐기는가?
이런 생각이 줄곧 든다.
사회가 발달하고 소위 개인화가 되어가고 남에 대해 알고 싶어 하지 않고 속으로는 자기를 알아주기를 바라지만 쿠울하게 표현하지 않고,
그냥 그 자리에서 얘기하면 될 것 같은데 한 번 더 생각하고 (왜냐하면 이젠 그럴 나이는 아니니까) 기회를 지나보내고.....
문화의 차이인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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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게시물 정보)
- 글쓴 시기 : 2003년
- 글쓴 장소 : 베트남 호치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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