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과 순서의 문제



목요일에  내 베트남 출국에 대한 인사명령이 내려졌다.

원래는 더 일찍 되었어야 되는 것이었는데  

막상 한국에 나와서야 그동안 내가 잊고 지내던 한국의 미풍양속인 절차와 관행을  기억해 내고는 

그런 것들이 뭉쳐서 아무짓도 하지 않고 보내는 한 달이라는 시간들이  중요한 것이라는 것을 인정했다.


뭐  나도 인사라는 것이 선택과 순서의 문제라는 것에 동의한다.

또 인사는 만사라고  겨우 대리 하나의 인사를 통해서 이런저런 얘기가 나오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이런  회사에 다니면서 가끔 이런 짜증나는 요소들에 대해 욕을 하면서도 글쎄 막상 상황에  다달아서는 

이 선택과 순서의 문제들에 대해서 무기력하게 혹은 쓸데 이상으로 반응하는  나를 무시할 수 없다.


오늘  주문한 씨디들이 왔다.

자기 자리에 앉아서 샘플을 듣고 '흐응 괜찮군' 하는 마음이  들면 인터넷 클릭 몇번으로 주문을 완료하고 

주문한지 삼 일만에 집에서 받아보는  이런 즐거움이란 참으로 큰 것이란 것을 이번 영국생활에서 깨닳았기 때문에 

또 다시  그런 행복을 느끼기 어려운 나라로 가야되기 때문에 세개를 한꺼번에 주문했다.


보통  주문을 하거나 책이나 음반을 구입할 적에는 절대로 복수를 취하지 않는다. 

나는  예를 들어 하루키와 요시모토 바나나를 '에잇 또 서점 나오기 귀찮아' 하면서 한꺼번에  구입하게 되면, 

이걸 읽으면서 항상 


'하루키를 먼저 읽고 나서 천천히 바나나를  읽었다면 이렇게 쫓기듯이 읽지 않을텐데' 라든가 

'아아 하루키를 먼저 읽고 있군.  이런 이미지를 만들어 버린다면 바나나의 소설 맛을 놓치고 말텐데' 


하는 식으로  생각해 버리는 경향이 있다. 

이건 또한 음반에도 동일하게 적용이 되어 버리기  때문이지만 뭐 시간이 없다는 핑계가 요번에는 작용을 했다.


그래서  오늘 3개의 씨디를 받아놓고,

도대체 이 중에 무엇을 먼저 들어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우선 각 시디들을 선택한 이유를 살폈다.

플라스틱  피플의 경우는 무직비디오로 봤는데, 우선 이런 풍의 사운드를 좋아하고, 세명의  멤버들의 이미지가 맘에 들었고, 

무엇보다 여자멤버가 레인지파인더를 들고 다니면서  무언가를 툭툭 찍는 모습이 맘에 들었다.

체리필터는.... 영국에서 나를 신나게  해준 공헌도 있고, 뭐 체리필터라면 하나쯤 가지고 있어야 하지 않아? 이런 생각도  있었고...

더더는 약간 의외였는데, 이제 4집이라면 내가 원하는 음악을 들려줄까  하는 생각으로 샀다. 뭐 표지도 맘에 들었고 ^^;;; 과연... 


포장을  뜯고 나중에 심심할 경우를 대비해서 뽁뽁이들은 한쪽을 치워놓고, 시디들의 포장을  벗겼다. 

먼저 체리필터는 반투명한 시디케이스에다가 측면 노래명 적은게 분리되는  타입으로 왠지 영국식 클럽 DJ앨범 느낌이었고 

단촐한 사진들과 (역시 비주얼로 승부하는  그룹이 아닌 것이다) 왠지 시디 케이스와는 맞지 않는 그런 모양의 시디가 들어있다.

다음  플라스틱 피플은 Songbag이란 타이틀에 맞게 종이로 된 케이스에 담겨있었다. 뭐  전체적으로 한 컨셉으로 담겨있었다.

더더는 늘 서울음반의 느낌이 팍 나는 디자인과  사진과 The The 4th라는 평범한 타이틀이 느껴지는 그런 케이스였다.


결국  정한 순서는 플라스틱 피플 -> 더더 -> 체리필터의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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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게시물 정보)

- 글쓴 시기 : 2003년

- 글쓴 장소 : 한국 산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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