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박이 심각하게 내리고 있다.
콩알만한 우박덩어리들이 천둥과 함께 까라라라락~ 소리를 내면서 내려온다.
우박소리를 듣자 예전에 엄청난 소리를 내고 떨어졌던 도토리 소리가 생각난다.
얼마전에 문제의 그 도토리 나무를 지나면서 k에게 말을 했다.
"저 도토리 가을되면 엄청난 소리를 내면서 떨어진다구"
"엉? 저건 도토리 나무가 아니라구요. 오크나무죠. 오크"
"어쩐지.... 도토리 나무치고는 좀 크다고 생각을 했지"
"게다가 당신 차에 붙어있는 내셔널 트러스트 스티커도 오크 나무인걸요"
"어엉? 그 녀석도?"
"아아 바보~"
"그런데 왜 당돌하게도 도토리가 오크 나무에 붙어있는거야 그럼?"
"아아, 그건 당연히 도토리가 아니죠. 오크나무에 있으니까!!"
"그럼 그게 뭐야? 오크라고 불리나?"
"으음.... 몰라요. 암튼 도토리는 아니에요. 마치 포도나무에 달린 것이 당연히 포도라고 불리는 것 처럼 말이죠"
"나무를 보고 알 수 없지만 열매를 보고 그 나무를 안다.... 인 거군"
"오오 멋진 말이군요"
"성경에 나와있지. 성경 좀 읽어라."
"아아 그래야 할텐데..."
순간 일본에서 태어났고, 공산주의자 가정에서 교육을 받았고, 내년부터 다시 공산권으로 들어갈 예정인 k가 그런식으로 수긍해버리는 것에서 스슥하고 변화를 봤다.
"성경책 사줄까?"
"나도 하나 있다구요"
"아아 도토리 얘기를 했더니 도토리묵이 먹고 싶어져 버렸어"
"도토리가 아니라 오크라고요. 오크"
"아아 뭐 어쨌든. 오크로도 묵을 쑬 수 있을까나?"
결국 k와 나는 k네 부엌에서 포도주와 함께 내가 만일을 대비해서 숨겨두었던 삼겹살을 구워먹으면서 성경책 순서를 외우면서 놀았다.
아주 오랜 멜로디에 맞추어서 '창세기, 출애굽기, 레-위-기..." 하는 동안 아동부 선생 하던 시절이 생각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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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게시물 정보)
- 글쓴 시기 : 2003년
- 글쓴 장소 : 영국 써리 에그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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