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 부른 죽음




여행을 떠나기 전에 꽃들을 바라다 봤다. 

이미 수차례 여행을 통해서 


'일주일 정도 물을 주지 않는다고 해서 죽지않는다'


라는 사실들이 입증된 화분들이지만 녀석들도 나름대로 그 일주일의 시간을 참으면서 괴로운 시간들을 보냈을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움직였다. 


짐을 싸다가 말고 녀석들을 위한 작은 배려를 시작했다. 

우선 욕조에 적당한 높이만큼의 물을 채우고 화분을 가져다가 놓았다. 

이 정도라면 증발을 생각해도 일주일 동안은 버틸 수 있다고 생각을 했다.  


여행을 마치고 가방을 집에다가 내려놓고 소파에 앉았다. 

이런 시간만큼 꼼짝하기 싫은 시간이 어디있을까.... 

문득 꽃들이 생각나서 욕실에 가보니까.... 녀석들은 모두 물속에 잠겨있었다. 

결론은 이랬다.  

매일 조금씩 새는 수도꼭지에서 계속 물이 나오는 바람에 욕조가 꽉차게 되어버렸고 녀석들은 물속에서 숨을 못쉬게 되서 죽어버린 것이다.  


생명 4개를 내 무지로 인해서 죽여버린 그런 상황에 기분은 그닥 좋지 못하다. 

마치 예쁜 요정 하나를 잡아서 기르다가 전쟁에 나가는 기사가 녀석에게 작은 집을 하나 지어주고 음식도 넣어주고 


'한달만 거기 있어' 


라고 말을 하고 나갔지만 정작 요정은 갖혀 있는 것이 너무너무 싫어서 장미 가시를 하나 따서 손목을 그어 죽어버렸다는 식의 발상이 자꾸만 계속된다.  


여행엔 댓가가 따른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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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게시물 정보)

- 글쓴 시기 : 2003년

- 글쓴 장소 : 영국 써리 에그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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