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음? 이 로모그래피 어디서 찍었어요?"
내 사진을 뒤적이던 k가 물었다.
"으응? 그건 international building에서..."
"언제?"
"저번주... 한 오후 5시에서 6시사이"
"오오 나도 한 번 시도를 해봐야지"
"이거봐 아이디어 도둑이라구"
뭐 여기까지는 전형적인 오후였다.
k네 기숙사 부엌에서 맥주를 몇병 홀짝거리면서 찾아온 로모그래피들을 서로 보고 있었다.
그 때 k에게 전화가 왔다.
"누구? 아아 s씨... 뭐 그냥... 지금 ㅁㅁ군과 있지요... 아? 그래요? 뭐 그럼... ㅁㅁ군도 같이..."
"s가 왠일이래?"
"그냥 지금 펍에 있다고 한 잔 하자는데?"
"오오 이거 s가 너 좋아하는 거 아냐? 방해꾼이 되기는 싫다고"
"무슨 소리를 그는 너무 나이가 많다구요!!"
뭐냐 나는 s보다도 물경 세살이나 더 나이가 많다. T_T
뭐 어쨌든지 우린 주섬주섬짐을 챙겨가지고 s를 만나러 갔다.
s는 뭐 본인의 얘기로는 한국에서 무슨 방송계통에서 pd를 하다가 왔다는 사람이다.
좀 잘난척하는 면이 있어서 저번에 처음 만났을적에 다짜고짜 나이를 물어와서 (본인이 아마도 많다고 생각했겠지) 당황했던 적이 있다.
아아- 나이를 물어보면 당황하는 나이... -_-;;
펍에 도착하니까 s와 몇몇이 모여있었다.
"아뉘? 둘이서 뭐하고 있었어?"
"우리? 로모그래피 서로 보고 있었지" k가 대답했다.
"엥 그럼 ㅁㅁ씨도 (이 넘이 형이라고 안하고 -_-*) 사진을 찍어요?"
"아아 머 그냥~"
"이야 그래도 무식한 공대는 아닌가부네" (왜 늘 이공대는 싸잡아서 이런 취급을 받는지)
분명히 k녀석이 꺼낸 사진이라는 주제는 정말로 잘못된 것이어서 거의 한시간 동안이나 s의 사진학 강의를 들어야 했다.
내가 네잔의 ale을 비우고 있는데 s가 물었다.
"그럼 ㅁㅁ씨는 어떤 카메라를 가지고 있나요?"
"나는 로모랑 올림퍼스 씨원을..."
"뭐 그럼 제대로 사진 찍는 것도 아니네. 나도 어쩌고 저쩌고 기종이랑 이런저런 렌즈가 있는데... 이건... 어쩌고..."
외국애들도 있었고, 뭐 한바탕 싸우고 s랑 친해지는 것도 원치 않았고 공연히 오자고 한 k가 미안해 할까봐 한 마디도 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이미 4파인트의 에일을 마신 다음이었다.
"그럼 사진 자주 찍겠네?" 내가 물었다
"아니, 뭐 그러고 싶은데, 시간이 없어서...."
"그럼 그 비싼 사진기랑 렌즈는 어디둬?"
"그거는 한국에 있지요. 뭐 1-2년 공부하는데 가져오기도 그렇고 해서"
"장롱속 카메라들은 분명히 햇볓을 쏘이고 싶을거야."
"하하 딴은 그렇군요"
"사진을 찍는 사람을 우린 사진사라고 한다면, 사진기를 가진 사람을 뭐라고 하는지 알아?
(영어로 해야 맛이난다 후후. Well, if we call a photographer as a man who take photos, then what can we call a man just having cameras?)"
"글쎄..."
"YOU"
펍을 나와서 집에를 가는데 k가 공연히 불러서 미안했다고 한다.
"뭐 너도 재미없기는 마찬가지였으니가 공평한거야"
"흠, 그런가요? s가 잘난척하는 사람인줄 처음알았어요"
"좋지 않은 주제를 건들였지"
"그렇죠. 사진... 후후"
"게다가 난 사진가가 아니라 로모그래퍼거든"
"하하, 참, 묻고 싶은것. 예전에 왜 사진을 안하게되었다고 해었죠?"
"사랑하는 사람 때문에 (사실 사랑하는 우리 어머니가 안됀다고 들어누웠었다 후후)"
"아앗,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 카메라에 깔려죽었다던가 뭐 그런?"
분위기를 절대로 심각하게 안만드는 것이 k의 최대 장점이다.
"기분도 그런데 우리집 가서 와인이나 더 마시자"
"좋죠"
"그리고 아까 사진학 강의를 듣느라고 수고한 다른애들도 부르고"
"알았어요"
"그리고 올 때 먹을것 좀 가져오라그래"
뭐 결론은 s는 집으로 돌아가서 아마도 "앞으로 그 인간이랑은 마주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으로 잠을 청했을 것으로 생각되고
나머지들은 내 방에 모여서 새벽 3시반까지 맥주와 와인과 위스키를 마시면서 놀아대고 나는 다음날 겔겔거렸다는 얘기이고,
뭐 주제는 '우선 사진을 찍자'라는 것이다. 사진을 안찍는 사진가는 단순한 기계매니아나 혹은 수집광정도 밖에 안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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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게시물 정보)
- 글쓴 시기 : 2003년
- 글쓴 장소 : 영국 써리 에그햄
댓글,
mmgoon
예전에 운영하던 홈페이지, 게시판, 블로그들의 보관소 같은 블로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