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조각 모양의 로모그래피




예전에 하루키 소설을 보다가 '치즈조각 모양을 한 나의 가난'이라는 단편을 읽은 적이 있다.

실제로 살아보면 그리 즐겁지만은 않은 그런 삶이었겠지만 작가 나름대로의 인생관이 투영되어 즐겁게 읽었다.  


그리고 치즈. 

왠지 일본소설을 읽으면 묘한 외국음식에 대한 동경같은게 느껴지는데 정작 네모난 모양의 체다슬라이스 치즈만을 경험했으면서도 용케 부채꼴 모양의 치즈를 떠올렸다.  


영국에 와서 수많은 치즈를 접하고 있다. 

현재까지 최고의 치즈는 프랑스식 치즈의 하나인 Brie다. (그래 유치하다) 

이런저런 연유로 왠지 치즈는 즐겨봐야 할 것 같아서 노력 중에 체다협곡을 방문했다. 


정말로 집에서 담근(?) 여러 종류의 치즈를 구경하고 맛도 볼 수 있었는데, 한 치즈가게에서 아저씨가  


"이걸 맛보라구. 이건 말이야 집에서 만들어서 2년이나 숙성된거야" 

"맛있나염?" 

"당근이쥐. 이거 먹다가 다른 치즈 못먹어"  


라는 통에 덜렁 사가지고 집으로 와서 와인과 함께 한 입 깨물었더니 홍어를 먹을때 나는 쿨쿨한 냄새가 나는 것이었다. 

아아 포기하고 다른 치즈를 안주삼아 마셨는데 얼마 두었다가 다시 맛을 보니까 나름대로 훌륭했다. 

뭐 지금은 즐기고도 있고.... 빵에 넣어먹으면 정말 맛이 있다.  


어제 집에서 로모그래피 5롤을 꺼내서 이리저리 봤다. 

3롤은 처음 영국에 도착해서 런던을 돌아다니면서 찍은 것이고, 2롤은 얼마전 놀러다니면서 찍은 것이다. 

현상을 했을적에 '이게 뭐야' 라는 생각을 하고 쳐밖에 두었었던 것들인데 홈페지도 새로 만들고 해서 한 번 꺼내서 보고 있노라니 왠지 '그래 이런 느낌이었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요사이 디지털에 푹 빠져서 예의 그런 색감에 민감해졌다는 생각을 했다. 

관광가이드북과는 다른 색감을 인정하는게 좀 어려웠나보다. 

로모그래피를 스캔하면서 조금 천천히 음미하는 그런 시간을 가졌더랬다.

-------------------------

(추가 정보)

- 시기 : 2002년

- 장소 : 영국 서리 에그햄



'hj lomo > 게시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국식 만찬....을 경험하다  (0) 2018.03.02
지질학과의 공통점  (0) 2018.03.02
다시 시작된  (0) 2018.03.02
유리로 만들어진 로모  (0) 2018.03.02
다시 시작 하는 날에  (0) 2018.03.02
더보기

댓글,

mmgoon

예전에 운영하던 홈페이지, 게시판, 블로그들의 보관소 같은 블로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