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mo Accessory

로모를 위해 소품을  몇 가지 구입했다.


그 중에는 거저 얻은 것이 있는데 

 이것이 바로 '로모를 위한  하얀 박스'이다.


처음에 로모가 우리집에 도착했을 때  따라온 책자와 기념 필름과 

 조잡한 플라스틱 케이스들을 넣고, 날로 늘어가는 현상된 필름들과  스캔을 끝낸 사진들을 넣어두는  


아무런 무늬도 없는  그냥 하얀색 그대로의  종이 박스이다.




이 박스의 원래 정체는

 회사에서 복사/제본을  주문한 계약서를 담아온

 인도네시아제 A4 복사용지 상자이다.


실제로 옆쪽에 75 GSM 210 x 297 MM  MADE IN INDONESIA라는  글씨가 적혀있기도 하다.





나는 종이상자를 매우 좋아해서
 예쁜 상자가 있으면  주섬주섬 모아두는데
 요사이 모은 상자 중에  제일 마음에 드는 녀석이다. 

넉넉한 공간과 단순한 모습을 가진 '로모를 위한 하얀 박스'를  바라보면
 그 속에 들어가서 쿨쿨거리고 있는  로모그래피들이 떠오른다.





처음에 로모는 내 양복 상의 오른쪽 주머니에 넣고 다녔다.

주말이 되면 점퍼나 윈드브레이커 오른쪽 주머니에 넣고 다녔다.

여기다가 휴대폰에 지갑에 열쇠 꾸러미에 작은 수첩에 여분의 필름까지 가지고 다니자니 항상 웃옷은 추욱 처져버렸다.

 


쉬는 토요일. 뒹굴거리던 나는 자리를 박차고 두타로 갔다.

그 동안 내가 사는 동네를 기웃거리면서 마땅한 가방을 찾았지만 마땅한 녀석을 발견할 수 없었다.

늙수구레한 우리회사 분위기에 눈에 띄는 녀석은 꿈도 못꾸고, 

그렇다고 아저씨용을 만들어진 서류가방을 사기는 그렇고, 

요사이 유행하는 플라스틱 케이스는 은근히 얇고 (로모가 두터운 건가?) 등등 나름대로는 고민을 했었던 것이다.


가방을 사러 가는 길에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면서 엄청난 비가 쏟아졌다.

 '음 가방을 사기에 굉장한 날이군'

뭐 운명을 예감하는 그런 날이라면 날일수도 있는 날씨였다.


지하에 차를 세우고 가방을 파는 곳을 기웃거리다가 바로 이 녀석이 눈에 들어왔다.

 '로모가 들어가고 휴대폰을 넣고 작은 수첩을 넣고 여분의 필름도 넣고...' 

 



머릿속으로 용도를 계산하고 있자 물건을 파는 언니야는 즉시 가격을 깎아주었고 

난 기분 좋게 내 웃옷에 있던 일련의 물건들을 넣을 수 있었다.

여분의 필름까지 편하게 흐음~




이런 생각을 하면서 집으로 왔고 지금도 매일 이 녀석과 출퇴근을 하고 있다.

늙수구레한 우리 회사에선 이 정도도 한 마디씩 던지는 사람들이 있지만 

뭐 솔직히 지난 5년간 만난 가방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든다.

이름은 '로모 휴대용 가방'이다. 

 



이 녀석을 만난 건 용산에서 였다.
로모를 살적에 같이 따라온 줄이  있었지만 너무 짧고 부실했다.
특히 나처럼 뭘 잘 흘리는 사람에게는
로모가 순식간에 낙하해 버리는 영화같은 순간에 일어나곤 한다.
 
때문에 구입하게 된 이 녀석은 보통 핸드폰 줄로 팔리고 있다.
다양한 색과 디자인 있고, 가격은 물론 저렴하고 쉽게 구입을 할 수 있으며, 
가운데 검은 버튼이 있어서 줄의 길이를 조절할 수 있다.

사용법은 먼저 로모와 연결을 한 다음, 들고 다닐 적에는 오른쪽 손목에 건 후 검은 버튼을 
 이용하여 자기 손목에 채우고 로모를 들고 다니면 된다.
줄의 길이가 있어서 손목에 건 채로 사진을 찍거나 필름을 바꾸거나 할 수 있다.

목에다가 거는 것은 아직 시도해보지 않았지만 왠지 일본 관광객 냄새가 날 것 같다.
 

 

Lomo LC-A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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