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윗치를 켠다.
부르릉 낡은 몸체가 떨고 LED 표시판은 그 수명을 다 했지만 그 소리가 아직 살아 있음을 내게 고한다.
잠시 후 화면에 떠오르는 OS의 로고를 보면서 잠시 나는 명상을 즐긴다.
16 비트 사운드 카드의 단조로운 톤이 방을 채우면 난 시계를 오늘로 맞추고 스캔해온 사진들을 꺼낸다.
얼마 전 거저 얻은 하드로 용량을 늘인 컴퓨터는 내게 넉넉한 공간을 제공한다.
새로운 하드가 주는 여유로움. 흐음~
절대로 내 컴퓨터는 날 다그치면서 다이알로그 박스를 내밀거나 소리를 내지 않는다.
한박자 늦은 딩동소리, 천천히 부드럽게 뜨는 다이알로그 박스
오늘은 스캔한 사진들을 손본다.
늘 그 정도에 기능만 사용하는 그래픽 프로그램은 늘 그 정도의 사진만을 내미는 나를 반긴다.
냉장고에서 맥주를 가져오고 집 디스켓을 넣고 부웅하는 소리가 나면 사진이 하나 나온다.
필터링과 옵티마이징의 지루한 시간동안 난 맥주를 축내고,
어쨌든지 사진은 내가 원하는 크기로 변해가고
늘 그 정도의 업데이트가 이루어지는 내 페이지로 올라간다.
요사인 많은 사람들이 전용선을 이용해서 삼만짜리 내 모뎀이 제 속도를 보인다.
몇몇개의 사진과 html 문서들에게 모뎀이 제공하는 만족스런 속도를 느끼면서 내 작업은 끝이 나고 있다.
이제 시계도 새로운 날을 맞이하고 오늘은 일기를 쓸까하는 마음이 한글을 불러내서 노닥거리게 한다.
예전에 '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라는 단편을 읽은 기억이 난다.
내게는 얼마만큼의 컴퓨터가 필요한가'
컴퓨터가 웃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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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g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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