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저녁에 저지름의 결과물을 받았다.
떨리는 손으로 렌즈를 연결하고 메모리를 꼽고 등등을 하고 몇 장 인가 주변에 있는 인간들을 찍어주고 휙휙휙휙 일을 정리하고 집으로 날아갔다.
이것저것 살펴보고 있는데 전화다
"형제, 이번주 부활주일이니까 우리집 와서 모임을 하지"
"아, 네, 그게....."
또 전화다.
"오오 오늘 내 함 찌인하게 사지. 나와!!!"
"아니 저 그게...."
또또 전화다.
"김대리야. 나 좀 데리고 골프연습장 좀 같이가줘"
"아뉘 그게 저...."
"그래그래 그저 힘없음 죽어야쥐. 아~ 인생무상. 자기 차 없을적엔 꼭꼭 연습장도 태워주고 그랬는데. 이제 내가 차가 없어지니까 개무시를....흑흑"
"아뉘 과장님. 제가 언제.... 글고 과장님 차 아직도 공장에 있어여?"
"묻지마 배신자 쉐에키"
나는 자해 분위기에 약하다. -_-;;;
하는 수 없이 골프채를 들고 연습장에서 공 150개 치고 여세를 몰아(?) 맥주를 마시고 뻗어서 잤다.
다음날 5시에 깨서 다시 토요 정규 골프엘 갔다가 밥 안먹고 도망치려고 했더니 부장이하 다 죽일 기세라서 하는 수 없이 밥먹고 술마시고 등등하고 집에 왔더니 체력이 다했다.
갑자기 우울해져서 저번에 사두었던 디비디를 보기로 결정했다.
첫번째는 배두나가 나온다는 이유만으로 장르를 무시하고 구입했던 청춘이라는 영화다.
오옷! 예상을 깨고 (여기서 예상이란 저번에 배두나가 나온다는 이유만으로 구입했던 고양이를 부탁해 2 정도로 생각했다는 것이다 ^^;;) 야한 장면이 퍼버벅 하고 나온다.
역시 귀여운 배두나. 목소리도 귀여운 배우는 드문데.....
뭐 배두나야 배두나이기 때문에 이쁘고 기억에 남았지만 또 하나 기억에 남는 사람은 (김래원? 걘 남자자나 -_-;;;) 이름은 잘 모르지만 오이걸이다.
왜 오이걸이냐면 남자주인공을 꼬셔서 오이밭으로 추정되는 비닐하우스에서 진하게 정사를 벌이기 때문에 오이걸이다.
뭐 그 비닐하우스에서 수박이나 참외를 기를수도 있겠지만 수박걸이나 참외걸보다는 오이걸이 발음상 좋다. 뭐 그래서 오이걸...
그리고 다음 날 아침에 깨서 교회가고 - 자자,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나의 엄청난 자제력이다.
새로운 카메라를 사서 지금 장장 얼마만큼의 시간을 일상성 유지를 위해서 바쳤단 말인가.
암튼 교회가 끝나고 카메라를 들고 어마어마하게 더운 호치민 거리를 거닐면서 셔터를 눌러댔다.
정신을 겨우 차리고 카페에 들어가자 여자애가 "아니 오늘 왜 그래요?" 할 정도로 싸다녔다.
집으로 돌아오자 힘이 하나도 없었다.
대충 시켜 먹고 티비 앞에 앉아서 역시나 배양이 나온다는 이유만으로 구입했던 두번째 디비디를 봤다.
제목은 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라는 처억 보기에도 무지무지한 연애물이다.
당근 나는 연애물을 좋아하지 않는다.
친구들의 말에 의하면 나는 영화시작하고 5분 이내에 열댓명이 죽어가든지 (영웅본색), 뒤집어지게 웃기든지 (주성치물), 어헉 하는 장면이 나오든지 하는 그런 영화만을 본다.
하/지/만/ 배양이 나오면 사극이나 최루성이라도 본다.
뭐 영화는 의외로 웃겨서 재미있게 우후후거리면서 봤다.
아마도 한국에서 성공을 했을 것으로 사료되는 그런 영화다.
근데 오이걸이 이 영화에도 나왔다. 덕분에 오이걸 오이걸 하면서 영화를 보는 즐거움이 더했다.
도데체 오이걸은 누굴까?
이름도 모르는데 암튼 배양과 친구라서 '난 우리 오이랑 같이 아니면 영화 안할거에요' 라고 해서 영화에 같이 손잡고 나온 것일 수도 있고,
아님, 내가 모르는 사이에 엄청나게 유명해지 사람일 수 있고 (외국생활의 비애), 그냥 오이는 이 정도의 역할에 딱이야 라는 생각이 한국 영화계에 좌악 퍼졌을 수도 있고,
암튼 배두나와 오이걸의 두 편의 영화와 함께한 주말이었다.
오이걸 화이팅!!! 배양 싸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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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게시물 정보)
- 글쓴 시기 : 2004년
- 글쓴 장소 : 베트남 호치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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