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로 남에 나라 사는데 두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아- 이넘의 나라' 하는 식으로 욕하면서 자기 우월로 버티는 방법하고
"음- 좋아 좋아" 하는 방법이다.
전자는 주로 선진국에서 잘 먹혀들어가고, 후자는 후진국에서 잘 먹혀들어간다고들 한다.
암튼 오늘 얘기는 베트남에 사는 즐거움.
첫번째로 조용한 미술관이라는게 있다.
방금 전에 할 일이 없어서 어슬렁거리면서 동코이를 지나고 레로이를 지나 벤탄을 지나서 호치민시 미술관(Bao Tang My Thuat Thanh Pho Ho Chi Minh)을 찾았다.
뭐 호치민시 관광하면서 이곳을 꼭 들려바바라 하기는 그런곳이다.
일단 전쟁을 많이 치룬 나라라서 역사적인 작품이 드믈고, 아직 미술에 대한 인식이 적어서 뭐....
하지만 오래된 프랑스 식민시대 건물을 개조한 정원에 들어가면 별로 큰 얘기 없이 분명히 직원들 것으로 추정되는 몇대의 오토바이가 서있다.
표를 살까하고 대문옆을 쭈뼜거려봤자 아무도 없고 슬슬 걸어서 건물로 들어가면 왠 언니가 신문을 보다 놀라면서 쳐다본다.
안으로 들어가도 되냐는 식으로 실실거리면 웃으면서 들어가보라는 식으로 뭐라한다. 다시 안에 들어가면 한 언니가 책을 보다가 "이치망동" 하고 말을 한다.
"한국사람인데염" 하면 웃으면서 "무어이닝동"한다. 한국사람들이 지독히도 안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토요일 오후였지만 뭐 대충 전체 건물에 직원 빼고 5명쯤 구경을 한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다.
결국 이들과는 마주칠 확률이 매우매우 적지만 가끔 저쪽 방에서 수근거리는 소리로 알 수 있다.
멀쩡한 토요일 오후에 30대 남자하나가 사진기 하나만 달랑 들고서 미술관을 찾아오는 것은 참으로 웃기군 이런 묘한 표정으로 언니가 한 마디 한다 "위쪽부터 보세염"
미술관은 이번이 세 번째라서 여기저기 알아서 잘 다닐 수 있다.
물론 no photo라는 말이 없다는 핑계로 로모를 몇 번인가 누르고, 오늘의 특별 작품전시를 꼼꼼히 살펴보고,
그러고 보면 새로운 작품들이 들어와 있는 것을 보고 신기해하고, 빵빵거리는 거리의 소리와 어디선지 불어오는 더운 바람을 맞으면서 미술관이란 곳에 있을 수 있다는
그리고 전적으로 나만을 위한 공간 같다는 생각도하고, 다음 방에 들어가서 전기를 올리고 선풍기를 켜고 구경하다가 다시 전기를 끄고 선풍기도 끄고 하는 식으로 그림들을 구경하다가
마지막 코너를 돌면 원래는 각 복도에서 귀중한 미술품들을 지키고 있었어야 할 것으로 추정되는 아저씨들이 모여서 장기두고 있고....
베트남에는 조용한 미술관이라는게 있다.
또 하나는 베트남에는 카페가 있다.
이제는 내가 가면 '안녕하세요'라고 하는 카페의 개수를 세면서 아이스커피를 마시면서 또 그 아이스커피가 끝나가면
서비스로 나오는 아이스티를 마시면서 스타벅스에서 줄서서 샀던 커피를 저주할 수 있다.
커피가 자유를 주지 못한다면 그게 뭐냐 이런 식이 될 수도 있고,
로모로 몇 장인가 찍고 있으면 필름 낭비하지 말라고 퉁퉁대는 여자애랑 얘기도 할 수 있고,
주인아저씨한테 일본말로 안녕하세요가 뭔지도 알려줄 수 있다.
더웁게 지나가는 오후에가 말 한 마디 건낼 수 있는 여유가 뭔지도 알게 된다.
아마도 사진관도 있다.
오늘도 한 롤의 필름을 들고 들어가자 세명의 아가씨가 상담해준다.
"음음음음...... 네임?"
"토이라 킴.'
"으음음으음...... 사이즈?"
"므어이 므어일람"
"킥킥킥킥. 아아아아.... 랑... 노노 으으으음"
"글로시 페이퍼"
"예스예스, 킥킥킥"
"므어이찐 모닝"
"상나이?"
"로이로이. 킥킥 후후후"
"땡큐"
"안어리 코리아 사람?"
"야 로이. 응어이 한꿕"
"후후후"
지금까지 거의 매 주 가고 매번 같은 10x15 크기로 글로시로 뽑으라고 했는데 갈 때마다 모든 상담언뉘들이 다 모여서 이런 식의 토론을 벌여서 주문을 받는다.
뻑하면 주말에 손님이 오고 (오늘도 와서 대기중이다) 일은 미친듯이 많고 뭐 답답할때도 있고 하지만, 베트남적인 즐거움이란게 있어서 오늘도 Happy Lomo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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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게시물 정보)
- 글쓴 시기 : 2004년
- 글쓴 장소 : 베트남 호치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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