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를 타다가 한 생각




오늘도 늦잠을 잔 관계로 택시를 타고 회사엘 왔다. 


로비에 택시를 불러달라고 말하고 내려가서 신문을 읽고 있는데 택시가 왔다. 

예의 그 노란색의 VinaTaxi가 한 대 달려온다. 차종은 대우 라노스. 

택시에 오르고 보니까 기사가 아가씨다. 그것두 검은 선글라스를 쓴....  


요사이 호치민시 택시기사 중에 젊은 아가씨가 늘어나고 있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수입도 좋고 돌아다니기 좋아하는 베트남 사람들 성격에 맞는 직업이기도 하고 역시나 베트남 여자들은 생활력이 강하고 등등....  


우리나라에서는 여자기사가 그리 좋은 평판을 받지 못하지만 솔직히 호치민시 아가씨 기사들은 (이상하게 아줌마는 없다) 참 좋다. 

일단 차가 깨끗하고 (이상하게 아가씨들은 새 차를 몬다) 다른 택시들이 보여주는 곡예운행이나 경적 과속이 적다. 

게다가 냄새도 거의 나지 않는다. 

오늘도 우리 흥아저씨 공격성에 반도 안돼는 초식으로 살살 몰아서 회사엘 왔다.  


'으음 흥아저씨를 자르고 이 아가씨를 기사로 고용할까'  


하고 생각을 했다.  


아마 그렇게 된다면... 

푸우욱 실망한 흥아저씨가 집에 돌아가서 흥아저씨 부인에게 


"제기럴 이제 이 일도 치워야 할까봐. 젊은 여자애 한테까지 밀리고..." 


이런 식으로 얘기하게 되고 아줌마는 


"이런 버르장머리 없는 ㄴ" 


하고 있는데,  흥아저씨 큰아들이 들어오면서 


"아버지 어머니 제가 결혼할 여자에요" 


하면서 한 아가씨를 데리고 들어왔는데 

바로 흥아저씨를 밀어낸 그 처녀(내 기사지)가 되고 결국 자초지종을 들은 아가씨는 죄책감에 뛰쳐나가고 아들은 쫓아가고 아저씨와 아줌마는 망연자실 하늘만 바라본다.  


뭐 이런 일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 영어 한마디도 못하고, 

CD 틀면 노래 흥얼거리고,

월요일부터 토요일은 와이셔츠 일요일은 핑크색 티셔츠를 입으시는 

흥아저씨를 계속 고용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회사에 도착을 했다. 

짙은 선글라스의 운전사 아가씨에게 돈을 건네주고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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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게시물 정보)

- 글쓴 시기 : 2004년

- 글쓴 장소 : 베트남 호치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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